안성맞춤 유기 이야기
안성맞춤 유기 이야기
  • 시사안성
  • 승인 2018.05.0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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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주물유기와 방짜유기(2)
그림 1- 유기점
그림 1- 유기점

 

그림2-유기삭형(가질)
그림2-유기삭형(가질)

용어상으로 보면 주물 유기 와 방짜 유기로 분류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왜냐하면 주물(鑄物)은 한자어인데 반하여 방짜는 순우리말이기 때문이다.

다 같이 한자어로 주조(鑄造) 및 단조(鍛造) 유기라고 부르던지 아니면 순우리말인 방짜 및 붓배기 유기(또는 퉁짜 유기)라고 사용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방짜[方字]의 용어를 한자로 풀이해 보면 전혀 뜻이 나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고문헌에서도 발견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 유일의 전통 과학 기술서로 평가받는 "오주서종박물고변(五洲書種博物考辨)", 중국의 과학 기술서인 "천공개물(天工開物)", 방대한 분량의 "조선왕조실록", 기타 의궤류 등 많은 고문헌에도 방짜[方字]라는 한자말은 나오지 않는다.

이는 아마도 퉁짜에 대응하는 순우리말인 방짜에다 후에 한자를 만들어 넣은 것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주서종박물고변"에는 주동(鑄銅)과 관련해 우리나라의 잡동(雜銅)또는 이라 부르고 청탁의 구별이 있으며, ()라고도 부른다고 기록했다.

오주서종박물고변, 한글로 '퉁' '짐'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오주서종박물고변, 한글로 '퉁' '짐'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이라는 말은 한자로 된 책에서 그 부분만 특별히 한글로 표기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순우리말이다.

안성 지방에서는 주물유기를 붓배기유기라고 하였는데 이는 쇳물을 부어서 만든다는 뜻이다.

따라서 두드려서 만드는 그릇의 순우리말인 방짜 그릇에 대응하여 주물로 만드는 그릇의 순우리말은 퉁짜 그릇또는 붓배기 그릇인 셈이다.

조선 후기의 기산 김준근이 그린 <기산풍속도>에서도 주물 유기 제조 장면에 퉁그릇 만들고라고 제목을 붙인 것으로 볼 때 주물 유기에는 이라는 말을 일반적으로 썼던 것 같다.

그림3-퉁그릇 만들고
그림3-퉁그릇 만들고

그러나 사람에 따라 제작 기법이 아니라 합금 비율에 따라 방짜와 퉁짜를 구별을 한다는 견해도 있다.

안성유기 장인들은 예전부터 78 : 22%의 비율로 합금한 것을 방짜쇠라고 불렀다. 또 일부 연구자들도 구리와 주석의 비율을 78 : 22%로 맞춘 것이 방짜이며, 잡금속을 섞어 질이 떨어지는 합금은 퉁짜라고 한다 하였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견해이다. 메질을 하는 방짜는 78 : 22%를 정확히 맞추는데 비하여, 쇳물을 부어 만드는 퉁짜는 7822%의 비율을 잘 맞추지 않는다.

방짜는 비율을 맞추지 않으면 메질 과정에 깨지기 때문에 반드시 비율을 맞춰야 하지만, 주물유기는 78 : 22%의 비율을 맞추지 않아도 제작과정에는 문제가 없다.

오히려 주물유기를 만들 때 78 : 22%의 비율을 정확히 맞추면 강도가 너무 강하여 좋은 품질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방짜 유기장 이봉주 선생 역시 방짜주물을 구별할 때 메질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로 구분하며 합금 비율로 구분하지는 않는다고 하였다.

78 : 22%의 비율이든 80 : 20%의 비율이든 합금 비율의 문제가 아니라 두드려 만들면 방짜쇳물을 부어 만들면 퉁짜인 셈이다.

다만 방짜는 메질의 특성상 78 : 22%의 비율을 반드시 맞추어야 하며, 주물은 78 : 22%의 비율을 맞추어도 되지만 대체적으로 합금비율이 자유롭다.

주물 유기는 메질을 가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놋 제품이 망가지면 다시 녹여서 재생산을 했는데 이때는 합금 비율이 다른 유기 제품 여러 개를 같이 넣고 녹이기 때문에 성분 함량을 알 길이 없다.

이것이 품질이 나쁜 잡금속이라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따라서 주물 유기는 때때로 아주 품질이 저급한 그릇이 나오기도 하여 이 때문에 퉁짜는 품질이 안 좋은 제품이란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그림4-퉁그릇 깎고
그림4-퉁그릇 깎고

* 사진설명 : 이 그림들은(그림1~그림4) 1880년대부터 1900년대 초기의 개화기에 주로 활동했던 조선후기의 풍속화가 기산(箕山) 김준근(金俊根)이 남긴 기산풍속도첩(箕山風俗圖帖)이다. 5점의 유기관련 그림이 있는데 4점이 유기 만드는 공방관련이고 1점은 유기 판매와 관련된 그림이다. 유기공방 그림의 제목은 1. 유기점 2. 鍮器削形(유기삭형;가질) 3.퉁그릇 만들고 4. 퉁그릇 깎고 이다. 즉 한자 또 한글로 유기라고 쓴 것도 있으며 한글로 퉁그릇이라고 쓴것도 있다. 그림1 유기점은 쇳물을 붓는 것으로 보아 주물유기점이다. 그림3 퉁그릇 만들고도 쇳물을 붓는 것으로 보아 주물유기점이다. 따라서 유기점이라고 하면 퉁그릇점과 같은 의미로 사용한 경우가 자주 있다고 보여 진다

 

<놀부가>, <춘향전>, <이춘풍전>, <수영야류> 등 우리나라 고소설이나 판소리에서 부자들을 소개하는 대목에서 통영반에 안성 방짜 유기라는 대목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안성 유기가 전국적으로 유명했으며, 안성에서도 전통적으로는 방짜 유기를 만들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원래는 안성에서는 방짜 유기가 유명하였기 때문에 안성유기가 유명해진 것이다.

이렇게 방짜 유기로 유명한 안성의 유기 산업은 일제 초기를 기점으로 점차 주물 유기에 주력하게 되었다.

방짜와 주물 유기가 병행 생산되던 안성에서 도자기 등 수입품으로 인해 유기 생산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생산량이 축소됨에 따라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지 않을 수가 없어졌다.

따라서 자연히 시간과 임금이 많이 소요되는 방짜 유기보다는 대량 생산으로 경비를 절감할 수 있는 주물 유기 쪽으로 생산 축을 옮기게 되었고, 주물 유기 보다는 방짜 유기를 계속 고집한 납청과는 자연스레 분업 체제 형태를 유지하여 지금까지 내려온 것이라 짐작된다. (계속)

홍원의(안성시청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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