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5월은 쉼표가 넘지는 달
(기자수첩)5월은 쉼표가 넘지는 달
  • 강철인 기자
  • 승인 2018.05.04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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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북정상회담 이후 봇물 터지 듯 나오는 기사 중 많은 관심이 가는 부분이 대륙횡단 기차이다. 남북이 분단되기 전에는 서울역이 중국을 오가는 국제용으로 활용됐다고 하니 최소 65년 만에 우리 국민들은 서울역을 거쳐 국외 여행이 가능해 질 수 있다는 희망에 설레지 않을까. 하지만 그 희망을 매몰차게 짓누르는 현실이 있다. 서울을 출발해 평양을 지나 신의주 풍경을 보고, 러시아를 거쳐 베를린까지. 그렇게 갈려면 하루 이틀 가지고는 안 될 것 같은데. 연차를 ‘모아모아’, 모아도 될까 말까 하단 소리다. 그저 관념 속에서만 즐겨야 할지 모르니 직장인의 비애란게 이런 것인가 싶다.

베를린까지는 아니더라도 5월 가족들과 함께 기차를 이용해 남하 갈 예정이다. 가족 구성원이 조촐해 어렵지 않게 좌석 표를 구하겠지 싶어 10여일 전 표 구매에 나섰다. 하지만 웬걸. 야간 시간대를 제외하고는 매진이다. 시간이 지나면 나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며칠이 지나자 불안감으로 밀려왔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가려는 날이 5일부터 7일까지 연휴의 시작 일이었다. 매진이 당연할 법하다.

매년 달력을 보면서 느끼는 점이 있다. 참 대한민국 국민들 제대로 못 쉬고 있구나. 기껏해야 3~4일 정도 휴일이 몰렸으면 연휴란다. 여기에 주말까지 이어지면 ‘황금연휴’라고 칭하기까지 한다. 유럽 등과 비교해 연휴 개념이 분명 차이가 나긴 하지만 그래도 주 5일제 도입 이후 대한민국도 (마치)휴식이 보장된 사회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작 황금연휴를 앞두고 잔업하자니, 특별수당을 운운하며 출근을 종용하기도 한다. 직장인에게 휴일은 그냥 ‘다음에 식사 한번 하자’란 의미 정도다.

대체로 생애 한번 정도 있는 신혼여행. 연애시절 내내 계획한 것을 실현하기 위해 호주로 떠났다. 도착과 함께 밀려오는 그 자유란 지금 생각하도 심장이 ‘벌렁’된다.

그리고 서너 날 지났을까. 현지에 살고 있는 지인의 팩트폭격에 남은 일정이 우울했었던 기억이 새록하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신혼여행을 왜 이렇게 짧게 오냐”고. 당시 호주 여행은 7일을 계획하고 갔다. 직장생활 10여이 넘도록 여전히 가장 진 휴가로 기록돼 있다. 그들이 한국에 여행에 오면 평균 보름 정도는 있으니 그들에게는 일주일은 잠깐의 휴식 정도로 여기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올해 5월도 다수의 기념일과 몇 번의 휴일이 있다. 그나마 3일간의 연휴와 주초에 자리한 휴일이 직장인에게는 반가운 소식으로 전해진다.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친구는 고사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노동절인 1일 직장인이 두 명인 우리 가족 중 한명은 출근했다. 수치적으로 파악은 되지 않지만 상당수가 노동절도, 대체 공휴일과는 무관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니 생애 최고의 시간이 될 법한 신혼여행도 쫓기 듯 다녀와야 하며, 한반도를 출발해 유럽 본진으로 기차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희망도 말 그대로 팔자 좋은 사람들의 ‘희망사항’ 정도로 치부하는 것이 대한민국 직장인의 엄연한 현실일 게다.

그래도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직장인들은 다들 고만고만하게 빠듯한 삶을 살고 있다. 주말까지 더해 3일의 연휴를 쟁취하기 위해 직장 눈치 봐야 하며, 아이들과 놀이동산이라고 가야겠다는 계획은 만성피로에 발목 잡히기 일쑤다.

하지만 이달 5월에는 가족을 위해 용기와 힘을 내보자.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책상에 하나 쯤 있는 탁상 달력을 넘겨 가족과의 여행 일정을 잡자. 그리고 몇 장을 더 넘기면 요렇게 적힌 문구가 있을 것이다. ‘Sorry i am on vacation’ ‘휴가 중이에요’ 누군가에게 안식년이 있다면 평범한 우리 직장인에게는 매년 안식달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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