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 (1)
금강산 관광 (1)
  • 시사안성
  • 승인 2019.04.08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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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권의 사진에 담긴 이야기 - 32
금강산 구룡연(九龍淵) 정상에 올라/ 금강산의 절경, 청정산림을 느끼는 구룡연 코스 정상에 올라 천하를 다 얻은 듯 양 팔을 벌려 만끽하고 있는 필자의 모습이다
금강산 구룡연(九龍淵) 정상에 올라/ 금강산의 절경, 청정산림을 느끼는 구룡연 코스 정상에 올라 천하를 다 얻은 듯 양 팔을 벌려 만끽하고 있는 필자의 모습이다

<금강산 지역은 특수 지역임으로 버스 이동 중, 장전항의 입 출입 시, 세관 통과 시 사진 촬영이 엄격히 중지됩니다. 또한 관광 중 현지인과의 접촉 시 언행에 각별히 주의하시고 체제에 대한 비판이나 남북 정치, 경제적인 문제 등 민감한 사항에 대한 이야기는 삼가 해 주시기 바랍니다>

필자는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 헌법 상 대통령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23일간 단체로 금강산 관광을 다녀온 바 있다.

서두에 있는 문구는 당시 주관 부처인 통일부 당국의 인솔자로부터 금강산 관광 출발에 앞서 주지시킨 당부의 말씀이라는 내용을 일부 적은 것이다. 금강산이라는 명산, 절경을 보러 가는 데에는 남북한의 특수성 때문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통일부로 부터 금강산관광 대상자로 선정된 일행들에게 기본교육을 겸한 모임에서 유의 사항이 적힌 유인물을 배부 받은 적이 있는데 그 내용에 있는 문구를 앞으로 참고할 수 있도록 여기에 옮겨보겠다.

 

*금강산 관광 지참 금지물품

1) 핸드폰 및 핸드폰 배터리는 반입 금지입니다. 금강산 콘도에 맡기면 아산 직원이 보관증을 드립니다

2) 10배율 이상 되는 쌍안경 및 망원경, 160밀리 이상의 망원렌즈가 달린 사진기, 24배 이상(옵티컬 기준)의 줌렌즈가 달린 비디오카메라 그리고 무전기와 그 부속품

3) 관광객의 문화생활 및 편의 목적으로 인정된 종류와 수량을 제외한 인쇄물, 그림, 글자판, 녹화 테이프

4) 개인의 치료 목적을 위한 것을 제외한 상표와 설명서가 없어 그 성분과 용도를 알 수 없는 약품 및 상품

5) 의료 목적을 위한 것을 제외한 독약, 마약, 그밖에 유독성 화학 물질

6) 무기, 총탄, 폭발물, 군용품, 흉기, 방사성 물질, 인화 물질

7) 전염병이 발생한 지역의 물건 기타 관광목적에 적합하지 않은 물건

금강산 관광 유의사항/ 2005. 5.24일 금강산 관광단 일행이 고성군 금강산 콘도 강당에서 받은 사전교육에서 배부해 준 북한지역 유의사항 유인물이다
금강산 관광 유의사항/ 2005. 5.24일 금강산 관광단 일행이 고성군 금강산 콘도 강당에서 받은 사전교육에서 배부해 준 북한지역 유의사항 유인물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191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 공단을 대가 없이 재개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바 있다.

대북 제재를 피해 토지 이용료나 노동 보수 등을 지급하지 않아도 좋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는 해석이다. 곧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예정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1998년에 시작된 금강산 관광이 처음에는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바로 근처임에도 불구하고 강원도의 동해항 국제여객 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가야만 했다.

현대그룹과 북한이 추가적으로 협상을 벌여 2003년부터는 버스를 타고 육로 관광이 시작된 바 있고 2008년부터는 자가용을 타고 갈 수도 있게 되었다.

하지만 20087월 이후 모든 게 달라져 버리고 말았다.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사망 사고 이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북한 핵실험 등 악재가 연이어 터졌고 그러한 연유로 당시 북한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게 식어버리고 마는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다.

금강산 구룡폭포/ 작은 금강산이라 하여 소금강이라고 부르는 곳에 9마리 용의 전설을 가진 구룡폭포 앞에서 찍은 필자. 북한 천연기념물 제 225호, 일명 중향폭포(衆香瀑布)라고도 한다
금강산 구룡폭포/ 작은 금강산이라 하여 소금강이라고 부르는 곳에 9마리 용의 전설을 가진 구룡폭포 앞에서 찍은 필자. 북한 천연기념물 제 225호, 일명 중향폭포(衆香瀑布)라고도 한다

일행은 2005524일 아침 일찍 안성을 떠나 강원도 고성에 있는 현대 아산 건물에 도착하여 금강산 관광에 대한 기본교육을 받고 셔틀버스를 타고 동해선도로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하였다.

남측 출입국 검사소(CIQ)에서 신분증과 출입신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북한 출입증으로 볼 수 있는 명찰을 받아 목에 걸고 북한을 향해 버스는 출발하였다.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서 일행이 북측 출입사무소(CIQ) 앞에 도착하자 셔틀 버스가 정차하였다. 창밖을 슬쩍 보니 키 작고 야무진 모습의 인민군이 먼발치에서 총검을 메고 우리가 사진 촬영을 하는지 노려보는 듯하였다.

그러더니 바로 버스에 인민군이 올라타서 뭔가 수상한 점이 있는지 검열을 했는데 그 군인의 모습이 어린나이 까만 피부에 웃음기 하나 없는 표정이었다.

전원 짐을 들고 버스에서 내려 한 줄로 서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국명이 적힌 세관 신고서와 검역 확인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북측 세관 담당자들은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류 하나하나를 확인하고 얼굴과 입국증의 사진을 꼼꼼하게 대조하였다.

검색대에서 한 사람 한사람 씩 가방 하나하나를 열어 짐 검사를 하였다.

필자는 생전 처음으로 북한 지역으로 넘어가는 순간에서 약간 불안하여 습관적으로 기도를 하며 마음을 가라 앉혔다.

사전에 명단을 북측에 제출하여서 그런지, ‘평화통일일꾼들이라서 그런지 일행은 별로 까다롭지 않게 검색대를 통과하여 입경할 수가 있었다.

금강산 상팔담(上八潭)/ 필자가 소금강 정상에서 내려다보았던 상팔담엔 여덟 개의 소(沼)가 이어져 있는데, 그 중 유난히도 파랗게 보이는 커다란 욕조처럼 보이는 곳이 ‘선녀와 나무꾼’ 전설이 어린 곳이다
금강산 상팔담(上八潭)/ 필자가 소금강 정상에서 내려다보았던 상팔담엔 여덟 개의 소(沼)가 이어져 있는데, 그 중 유난히도 파랗게 보이는 커다란 욕조처럼 보이는 곳이 ‘선녀와 나무꾼’ 전설이 어린 곳이다

 

북측 출입사무소를 통과해서 군사분계선을 넘으면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게 되는 곳이 강원도 고성군 온정리이다.

온정각 지구는 금강산 관광지구내의 도심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이곳에서 모든 일정이 시작되고 끝이 난다.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금강산 호텔도 이곳에 있고 평양 모란봉 교예단 공연장인 금강산 문화회관도 있다. 배로 들어올 수 있는 장전항도 근처에 있고 해상 호텔인 호텔 해금강도 이곳에 있다.

우리 일행이 묵을 숙소인 외금강 호텔은 과거 김정일 어머니 김정숙 요양소’(별장)였다고 하며 당시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민병원 건물도 바로 건너편에 보였다.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 하구나라는 동요와 함께 익숙한 이름이었고 한반도 명산이라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던 금강산 등반이 시작되었다.

금강산 정상에서의 필자/ 금강산 정상에 올라 기암괴석을 휘감고 있는 구름안개 속에 서 있는 필자 사진이다
금강산 정상에서의 필자/ 금강산 정상에 올라 기암괴석을 휘감고 있는 구름안개 속에 서 있는 필자 사진이다

관광객들에게 허용된 코스는 제한적이라고 해도 역시 금강산은 허명(虛名)은 아니었다. 수려한 풍경과 맑은 공기, 깨끗한 물 그리고 순수한 산세는 필자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첫 번째 날 관광은 금강산의 절경이면서, 청정산림을 느끼는 구룡연(九龍淵) 코스로 올라갔다. 경사도가 완만한 편이라서 여럿이 쉬엄쉬엄 올라가니 큰 무리 없이 등반하게 되었다.

금강산 중간 중간에 물과 북한산 사이다 등 음료수를 파는 간이점도 보인다. 유창한 말솜씨로 재잘대며 판매하는 북측 아가씨들은 예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순수해 보였다.

구룡폭포로 가는 길에 누어있는 듯 아래로 보이는 옥류담(玉流潭)은 햇빛에 반짝이는 이름 그대로 옥류 그 자체이다. 어떤 사람은 계곡으로 잠깐 내려가 흐르는 물에 손과 얼굴을 씻기도 한다.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상팔담(上八潭)엔 여덟 개의 소()가 이어져 있는데, 그 중 유난히도 파랗게 커다란 욕조처럼 보이는 곳이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이 어린 곳이라고 한다.

하늘에서 여덟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전설이 깃든 곳으로 쪽빛 물이 마침 내린 구름과 어우러진 광경은 장관을 이룬다.

새로 단장된 외금강 호텔/ 안성시 민주평통자문위원으로 이루어진 금강산 관광단 일행이 2박 3일 동안 묵었던 외금강호텔의 단장된 모습이다
새로 단장된 외금강 호텔/ 안성시 민주평통자문위원으로 이루어진 금강산 관광단 일행이 2박 3일 동안 묵었던 외금강호텔의 단장된 모습이다

 

일행은 정상에 올라 잠깐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정상에서 대기하고 있던 북측 여성 안내원이 설명을 하려는지 설치해 놓은 관망대에 앉기를 권한다.

북한 선전을 섞어가며 전하는 명연설이 끝나자마자 일행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으로, 수줍어하며 부른 노래는 북한 여성 특유의 목소리와 함께 감동적이었다.

쉬는 동안에 일행들은 화장실을 찾는 듯 숲으로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신기(?)하게도 산 정상 한 편에 위생실이 숲속에 약간 가려진 듯, 한 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관리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우리 쪽을 응시하면서 건물 앞에 서 있다. 입간판엔 소변 1, 대변 2불이라는 사용료가 적혀있다. 유료 화장실이다.

그런데 같은 소변인데도 녀자위생실은 좌변기 쪽으로 가야 하기 때문인지 2불을 내야한다. 관리인에게 따지니 소변인지 대변인지 자기들은 모른다는 태도였다.

만일 아무리 급하다고 위생실 이외의 장소에서 용변을 보는 사람이 적발될 경우에는 곤란한 입장에 처해지기도 하고 벌금 10불을 내야 한다고 한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북측 관리인들이 산꼭대기에 있는 화장실 인분을 퍼서 지게를 지고 아래로 나른다고 하는데 확인은 못하였다. 만약 이 정도라면 금강산의 자연 생태 환경을 지키기 위해 북한은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보아야겠다.

온정각 앞에서 찍은 필자 일행/ 북한 금강산 관광의 출입구라고 할 수 있는 고성군 온정각 앞에서 산행 후 늦게 내려와서 찍은 기념사진이다. 뒷면에 있는 배경은 쫓아온 듯 외금강의 한 봉우리이다.
온정각 앞에서 찍은 필자 일행/ 북한 금강산 관광의 출입구라고 할 수 있는 고성군 온정각 앞에서 산행 후 늦게 내려와서 찍은 기념사진이다. 뒷면에 있는 배경은 쫓아온 듯 외금강의 한 봉우리이다.

또한, 금강산 관광객들이 알아두어야 할 것은 북측에 환경 보전비를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배부한 유인물을 보니, 환경 보전을 위한 벌금제도가 엄격하다는 점이다.

담배꽁초, 휴지, 빈병, 깡통, 음식물 찌꺼기, 비닐봉투를 지정된 장소 이외 장소에 버릴 경우와 침을 뱉은 경우에는 15불을 벌금으로 내야 한다. (싱가포르에서는 쓰레기를 길에다 버리는 경우 500싱가포르 달라, 350,000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자연풍경, 돌에 새긴 글, 표식 비, 역사유적, 유물, 천연기념물을 더럽히거나 손상시킬 경우에는 50불의 벌금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명산 멋들어진 바위마다 새겨진 조국통일이며 김일성 김정일을 찬양하는 문구들이 빠알간 색을 이용하여, 기백이 느껴지는 붓글씨 모양으로 아주 커다랗게 새겨져 있었다.

구룡폭포 갔다 돌아오는 길에 그리 크지 않은 목란관이란 식당이 보인다. 비빔밥, 냉면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그냥 지나쳐 내려왔다. 행동은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단체 활동의 규칙을 지켜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산하면서, 조금 전 올라갈 때 만났던 북한 사람이 갑자기 생각난다. 오르고 내려오는 관광객들이 꽤 많은 편이지만 그 사람이 자꾸 생각이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관광 일정 내내 평소에도 친한 호텔 룸메이트 H교수와 짝이 되어 움직였다. 그런데 구룡포 오르는 길에서 낯선 북한 사람이 계속 따라 붙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그러나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말동무가 되어버렸다. 일행 중 한 명은 명함까지 건네면서 대화를 이끌어 나갔다. 얼굴이 까맣게 탄 40대 쯤 되어 보이는 그 사람은 우리에게 궁금한 점이 많은 가보다.

명찰을 보더니 민주 평통은 뭐하는 곳이며 몇 명이 이곳에 왔는지? 통일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등을 묻는 것이 아닌가? 직감적으로 북한 정보원이라고 판단하게 되었다.

현지인과 접촉 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는 주의사항이 생각났지만, 우리는 오히려 북한 정세에 대하여 궁금한 점을 되묻곤 하였다. 잠시 후 자리를 피했는지 그 사람은 보이지 않았었던 상황이 떠오른다.

민주평통자문위원 위촉장/ 2001년 김대중 정부 시절, 교장 재직 중 민주평통자문위원으로 위촉되어 활동을 시작한 이후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2005년 7월 1일자로 받은 위촉장 사본이다
민주평통자문위원 위촉장/ 2001년 김대중 정부 시절, 교장 재직 중 민주평통자문위원으로 위촉되어 활동을 시작한 이후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2005년 7월 1일자로 받은 위촉장 사본이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북측 정보원이 우리 측에서 건네준 명함에 적힌 이메일 주소로 이상한 편지 한 통을 한 사실도 있다고 한다.

저녁이 되자 외금강호텔 식당에 들어가서는 접대원 일을 하고 있는 북한 여성에게 관심이 쏠리게 되었다. 일행 중 한 사람은 그 아가씨에게 말을 붙이더니 어느새 선물을 건네는 듯하였다.

북한 여성이 한국산 스타킹을 받으면 좋아할 것 같아서 주게 되었다면서 식사를 이어간다. 다음 날 북측 여성을 또 만나게 되면 준비해서 가지고 간 중고 손목시계를 몇 개 주겠다고 털어 놓는다.

저녁 식사 후에는 휴식을 취할 겸 온정각 상가에 다시 내려갔다. 온정각에는 다양한 기념품점이 입구에 자리 잡고 있다. 많이 팔리는지 술 종류가 많았다. 백두산 들쭉술, 금강산 홍삼술, 더덕 들쭉술, 장뇌삼 들쭉술 등은 그 인기가 대단하다고 한다.

점원 복장을 한 북측 여직원과 같이 근무하는 현대 아산 여직원도 보인다. 그들이 같이 움직이는 행동 하나하나가 신기해 보이기만 한다.

옆 건물엔 영어 간판을 단 카페도 있다. 커피와 전통차, 금강산 맥주를 판매하는 곳이다. 개성 고려 인삼 차, 버섯 차, 호박 조청 그리고 금강산 그림엽서 등이 눈에 띈다.

밤이 다가와 온 통 주변이 깜깜해지니까 약간 으슥하게 느껴온다.

내일 둘째 날에 오를 만물상 코스는 90도 경사를 오르게 되는 난코스라고 한다. 샤워를 마치고 피곤한 몸을 북한 땅에 마끼었다(다음에 계속)

 

박종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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