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평생학습 시대-정경량 교수의 노래하는 인문학 2
인문학 평생학습 시대-정경량 교수의 노래하는 인문학 2
  • 시사안성
  • 승인 2019.03.27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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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정경량
필자 정경량

 

스물다섯 살 때 나는 어떤 직업 인생을 살아야할까 한참 동안 심사숙고를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는 평생 공부하는 학자가 되어야겠다는 결단을 내리고서 그 결심을 글로 적어놓았다. 그 글은 일종의 사명선언서와 같은 것이었는데, 그 사명선언서를 쓴 지 올해 40년이 되었다.

나는 14살 때 헤르만 헤세의 시 <방랑길에>를 접했고, 스무 살 때 그의 소설 <<데미안>>을 읽었다. 이 두 작품으로부터 인하여 독일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되었다. 대학 4학년 때 졸업논문을 쓰면서 공부의 즐거움을 알게 된 후, 나는 헤세 문학 전문가이자 인문학자의 길을 걸어왔다. 오랜 세월 대학생들과 함께 문학의 감동과 인문정신을 나눈 교수 생활은 즐겁고 행복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1990년대 말부터 대학에서 시작된 인문학의 위기가 해를 거듭할수록 심해져,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인문학 관련 학과들을 통폐합하거나 폐과시키는 것이었다. 100년 앞을 내다보면서 균형적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할 교육을 이런 상황으로 몰고 가는 대학들이 안타깝기만 했다.

오늘날 기술 혁신의 시대를 맞이하여 창의적 인재 양성을 교육 목표로 하는 대학들이 많이 있다. 이것은 그만큼 우리 시대에 창의력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창의력과 상상력을 기르는 데에는 예술 분야와 더불어 인문학처럼 중요한 학문도 없다. 그런데도 정작 대학에서는 그처럼 중요한 인문학을 폄하하거나 소홀히 대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과는 달리 사회에서는 여러 해 전부터 다양한 인문학 강좌나 행사들과 함께 인문학의 열풍이 계속되면서, ‘인문학의 대중화가 진행되고 있다. 안타까운 대학 인문학의 상황에 비해, 이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인문학 사회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우선 전국적으로 다양한 평생학습 기관들이 활발하게 가동되어 평생학습의 여건이 향상되면서, 인문학 강좌와 평생학습의 기회가 크게 늘어난 것이 주된 요인일 것이다. 여기에 평균수명이 늘어나 우리 사회가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소중한 인생 공부에 해당하는 인문학 평생학습이 나이든 세대로부터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사실 문학, 역사, 철학 등의 인문학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에게 필수적인 공부 과목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돈도 많이 벌고 사회적으로도 큰 명예를 얻었는데, 그 사람이 정작 행복하지도 않고 아름다운 인생을 살지도 않는다면, 그 돈과 명예가 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모름지기 인생이라면 즐겁게 보람과 행복을 누려야할 것이 아닌가? 인문학은 바로 우리에게 진정 행복한 삶이 어떤 것인지를 제시해주는 학문인 것이다.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우리의 삶이 많은 부분에서 혁신적으로 편리해진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로 인하여 생겨나는 부작용과 위험도 더욱 커지고 있다. 또한 우리 사회는 돈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물질만능주의로 치달아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비판력과 성찰을 바탕으로 삶의 지혜와 더불어 바람직한 사회의 가치관을 제시해주는 인문학의 역할은 더욱더 중요하다.

평생학습 시대를 맞이하여 이러한 인문학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대학들은 인문학을 새로운 차원에서 육성시켜야만 한다. 세분화된 인문학 전공 분야뿐만 아니라, 인문학 교양교육을 더욱 강화시키면서 인문학 평생학습을 위한 교육도 펼쳐나가야 한다. 재작년 전국 부총장협의회 세미나 강연에서도 나는 오늘날 대학들이 이러한 교육을 강하게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오늘날 새롭게 부는 인문학 바람의 주된 특징은 무엇보다도 융합과 통섭이다. 오랫동안 대학 울타리 안에서 고정된 틀 안에 갇혀 있었던 인문학이 이제 다양한 학문 및 예술 분야와 활발하게 연계해 나가는 추세이다. 이것은 오늘날 인문학에 대한 시대적 요청이기도 하다.

여러 학문 분야 중에서 특히 인문학은 가장 대중적으로 그 의미와 가치를 나누어야할 학문이다. 왜냐하면 인문학은 비단 인문학 관련 전공 학자나 교수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필요한 정신적 삶의 자세나 비판적 성찰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문학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문학을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평생학습으로 공부해 나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도와주어야 한다.

나는 오래 전부터 대학 안팎에서 인문학과 노래를 융합하여 노래하는 인문학평생학습 운동을 펼치고 있다. 국내외의 아름다운 시와 노래, 문학과 음악을 창의적으로 융합시켜, 예술적인 감동과 더불어 소중한 인문정신을 함께 나누는 일을 해 온 것이다. 인문학 관련 전문가들이 각자 나름대로 대중과 더불어 유익한 인문학의 효용과 가치를 즐겁게 나눌 수 있게 된다면, 더욱 큰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정경량(노래하는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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