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지역정치인 그리고 글쓰기
총회, 지역정치인 그리고 글쓰기
  • 시사안성
  • 승인 2019.03.14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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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의 안성살이-11
안성천 살리기 시민모임 총회 모습

올해 진달래가 피기 전 총회시즌이 끝나가고 있다. 단체별로 총회에서는 작년 한 해 동안 이루었던 사업성과와 결산을 승인받고 올 한해 사업계획과 예산을 심의한다.

매년 여러 단체 참여 경험이 있는 총회꾼 입장에서 총회를 보면 그 단체의 기운을 엿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참여인원의 모습과 참여자 질의수준이 그 것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총회시작 전까지 애태우는 회원들이 많아 성원보고를 위태롭게 할 때 애정 넘치는 회원들이 서로 참여 독려하는 전화로 무사히 그 위기를 넘기는 모습은 (관계자들은 애가 타겠지만) 볼수록 짜릿하면서 흐뭇하다.

그렇지 않고 남 일같이 생각하는 회원들이 많아지면 서서히 죽어가는 단체이다. 여러 차례 공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위임도 안 해 담당직원이 직접전화해서 일일이 참여여부를 묻고 위임을 받는 회원들이 많으면 점점 힘을 잃어 지역에서 고개를 못 드는 단체로 전락한다.

 

요즘은 어떻게 해서라도 총회 성원을 채우기 위한 고가의 경품을 걸고 기념품을 주는 단체들이 많아졌다. 대부분 기념품은 참석 서명할 때 주지만 경품 추첨은 중간에 도망가는 사람을 적게 하기 위해 시간대별로 주거나 총회 끝 무렵에 배치한다.

강제로 회원 가입시킨 것도 아닌데 그렇게 한다. 기념품은 커녕 총회 끝난 후 함께 먹는 식사비도 십시일반 회비를 걷어 뒷풀이 자리를 마련하는 시민운동 단체들은 할 말을 잃는다.

 

겉치레로 끝나는 무늬만 총회도 많다. 내빈소개와 축사 그리고 시상식으로 근 한 시간을 잡아먹고 다 떠난 후 남는 인원으로 치러지는 총회는 질문도 없이 일사천리 끝난다.

갈등과 의심 속에 시간을 하염없이 잡아먹는 총회도 문제지만 아무 질문 없이 끝나는 총회는 더 큰 문제로 보인다. 여하튼 질문을 주고 받는 것은 단체의 구성원으로서 단체 운영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총회에서 질문이 많은 것이 질문이 없는 것보다 더 건강해 보인다.

 

달리 보면 출구 없는 답변이 기다리는 질문이 예상되어 안하는지 모른다. 시민단체들이 점점 위축되어가는 모습을 총회에서 여실히 보여준다.

새로운 운영진 선출은 고민의 두께를 더 두껍게 한다. 활동도 축소되고 명맥만 유지되는 꼴로 되고 있다. 정말 안타깝지만 이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동력을 잃어가는 문제원인은 많지만 올해도 해결점을 못 찾고 더 어려워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필요하다. ‘아무도 안하려고 하는데 그만해라!’ 해도 내가 이 끈을 못 놓는 이유이다. 촛불탄핵이후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시대가 왔어도 안성이 변하는 속도는 굼벵이처럼 느리다.

오히려 새로운 시대에 야합하려는 변종이 출몰하고 있다. 지역 내에서 일어나는 문제 중 유독 권력과 돈이 움직이는 부정한 행위에 대해 함구하는 지역정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시민단체의 할 일은 유독 함구하는 이 같은 행위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이다. 지금은 비록 적지만 소금의 기능이 될 수 있다.

 

시민단체는 운영적인 면에서 이제 상근직원을 두는 것조차 부담스러워지고 있다. 그리고 운영진들은 생업에 종사하는 분들이라 지역현안 문제를 파악하는 것조차 버겁다. 일할꺼리는 많고 일할 사람은 없다.

문득 지역에서 이런 일을 함께 할 사람이 정말 없나 돌아보니 지역 정치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선출직 공무원인 그들은 월급도 국가에서 받고 하루 종일 이 일에 매진해도 상관없다. 오히려 칭찬을 받는다.

시민들이 뽑았으니 공익적인 지역현안은 우리가 당당히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선출직 공무원이 되고자 주위를 맴도는 정치 지망생들도 많다.

정치를 지망했으니 생계비 걱정 안 해도 될 만큼 돈도 좀 있을 것 같고 회사 근로자보다 시간여유가 많아 활용하기 좋은 숨겨진 자원들이다.

아까운 이 자원들이 행사장 죽돌이 죽순이가 되지 않도록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

안성시의회 회의모습

시민운동은 공부의 연속이다. 용어자체가 생소하고 법령은 왜 이리 많은지... 머리가 아플 때가 많다. 정책들을 살펴보고 의도는 무엇인지 알아봐야한다. 지자체 예산은 넘기 힘든 산이다. 숫자만 맴돌지 그 맥락을 찾기란 쉽지 않다. (재미없는 일투성이니 사람들이 안 꼬이나보다.) 20년 가까이 이 일을 취미삼아 하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루종일 365일 이 일만 한 20년차 시청 과장님과 상대하려면 내공을 많이 쌓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 시의원이나 도의원들은 내공이 너무 약하다. 법률가나 회계사 출신이 아닌 평범한 시의원들은 시청공무원과 시정 배틀에서 무참히 깨지기 십상이다.

일 년 내내 밤새 벼락치기 공부를 해도 상대할 깜이 될까 말까인데 행사장가서 인사하기 급급하다. 공부를 안했으니 의회 회의는 내용파악이 어렵고 논리 반박이 힘들어 공무원들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나중엔 이들은 악어와 악어새처럼 지역구 이권관련해서 큰소리치면 슬쩍 들어주고 큰 일(?)을 무마해주는 거래도 서슴지 않는다.

 

정치지망생이 모여 있는 정당 지역위원회는 더 가관이다. 보수정당이든 진보정당이든 차이가 없어 보인다. 큰 정치를 하시는지 중앙에서 활동하다가 선거 때만 내려와 잠깐 나온 알바처럼 일하다 가시거나 사법농단, 한유총 사태, 선거제도 개편 등 거대 담론에 대해서는 입에 거품 물 듯이 이야기하는데 지역현안에 대해서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거나 김대중, 노무현 정신 운운하면서 지역에서 행동은 반대로 하는... 그런 분들이 많다.

겉만 뻔지르르한 노인수당 문제나 안성고등학교 교장 갑질 문제 등 지역에 일어나는 불편하고 거북스러운 일들은 묵묵부답이다. 당선 목적의 정치, 자신을 위하는 정치만 하고 있다.

 

지역정치인들이 변해야 안성이 변한다. 그들이 공부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 행사장에는 가급적 부르지 말고 오더라도 가서 공부하라고 쫓아내야한다.

그들이 공부하고 터득한 자신만의 논리로 이야기할 때 경청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현안을 파고들어 자신만의 대안을 찾고 그 내용을 정리해서 지역신문에 기고하는 지역정치인을 보고 싶다.

 

지금 신문에 기고하는 정치인들의 기고 글들은 십중팔구 대필이다. 자신이 만든 조례가 뭔지도 모르는 시의원도 있다. 그들이 쓰는 글들은 대부분 가짜다.

영혼 없는 홍보용 광고성 기고문이다. 조잡스럽더라도 자신의 주장이 배여 있는 글들을 쓰기 바란다. 시의원의 글쓰기는 공부의 결과물이 되어야 한다. 그런 글을 접할 수 있는 지역신문이 되기 바란다.

 

정인교(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대표)

 

덧붙이는 말.

시사안성의 글들은 명망있는 사람들이 쓴 것보다 필력이 부족하더라도 일하는 사람... 지역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며 느낀, 다양한 시각의 글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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