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교의 안성살이
정인교의 안성살이
  • 시사안성
  • 승인 2018.04.26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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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로남불 = 님비(?)
필자
필자

 

요 근래 생일을 맞아 오랜만에 아내와 둘이 바쁜 시간을 쪼개 (아들 몰래 - 이 놈이 알게 되면 골치 아파진다.) 우여곡절 끝에 시내 마트 안에 있는 영화관을 찾게 되었다. ( 난 이 영화관을 좋아한다. 안성에 하나밖에 없는 영화관... 이마저도 없었으면 안성살이가 퍽퍽했을 것이다. 영화관 이야기는 따로 한 번 해보겠다.)

보고 싶은 영화를 보러간 게 아니라 그 시간에 맞는 영화를 그냥 보는 것이다. 껌껌하고 푹 파묻힐 수 있는 편안한 의자가 그리울 때 가끔 영화관을 찾는다.

 

그 날 바람 바람 바람의 청소년 입장불가 영화가 걸려들었다. 10분정도 늦었지만 시간상 할 수 없어서 극장 안 어둠속으로 기어들어가 손으로 더듬거리며 맨 뒷자리 앉아 보게 되었다.

내용은 결말이 따뜻해 보였지만 한마디로 콩가루 집안가족 모두 바람 피는 이야기다.
선택의 여지없이 본 영화라 큰 기대는 안했는데 피식거리며 묘한 웃음으로 재미있게 봤다.

로맨스와 불륜의 차이, 진실한 사랑은 과연 어디에 있는 걸까? 가정은 뭔가? 내게 가볍게 두드리고 간 영화였다.

 

내로남불

처음 이 단어를 접했을 때 4자성어인가 요즘 흔한 줄임말 중 하나인가 도통 알 수 없었다. 그다지 관심 없어 지나가는 단어 중 하나였다. 하지만 4월부터 선거철이 다가오니 은근히 자주 쓰는 말이 되어버렸다. 그야말로 유행어가 된 것이다.

내로남불의 뜻은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이다. 우리 속담으로 비슷한 말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라고 하는데 약간 어감은 달라 보인다.

좌우지간에 무슨 일이든 자기가 하면 좋은 것이고 남이 하면 나쁜 짓이 된다는 말이다.

 

안성지역이 도농복합도시라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정체성이 있다. 도시지역과 농촌지역이 연계하여 내재적인 발전을 꾀할 수 있는 곳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도시와 농촌의 갈등이 일어날 수 있는 대한민국 축소판이 될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도시의 불결한 것, 안전하지 못한 것, 냄새나는 것 등 불편한 것들은 모두 농촌지역으로 떠넘긴다. 개인이, 각 가정이, 사회구성원이 살면서 만들어지는 결과물이 모두 향기롭고, 가지고 싶고, 편안하면 이런 일이 안 생기겠지만 우리가 신이 아닌 이상 그럴 수가 없다.

 

사람은 동물중 하나이다. 먹었으면 어딘가에는 누어야 하고, 가졌으면 무언가 버려야 하고, 먹고 싶으면 기르고 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혐오시설을, 이걸 어디에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지가 현대사회의 숙제이다. 복잡하고 난해한 숙제이지만 무식한 내가 나름 정한 의견은 내가 싼 똥은 내가 치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공동체 내에서 해결하자는 주의인 것이다.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서울 여의도에 원자력발전소가 있어야 하며 쓰레기 많이 배출하는 도시 안에 쓰레기 처리시설이 있어야 한다. 축사는 어렵겠지만 고기를 많이 소비하는 도시 안에 도축장이 있어야 한다.

원전으로 인한 송전탑, 전선비용이 줄어들 것이고 쓰레기 차량 이동 동선이 짧아져 관리비가 줄어들고 지자체는 쓰레기 악취제거에 적극적일 것이다.

국가차원에서는 전반적으로 예산의 비용절감이 되고 사회적 갈등이 많이 해소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그게 싫다면 공동체 구성원이 낭비적인 요소를 줄이고 없애야한다.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전기를 아껴야 하며 필요이상의 전기사용을 자제해야한다. 대안적인 에너지 개발에도 힘써야한다.

송전탑 반대와 함께 전기사용 줄이기 운동을 해야 한다.

송전탑이 생기게 한 원인인 원자력발전소의 축소와 그 대안에 대한 사회 공동체 안에서 열띤 토론이 전제되어야 한다.

 

쓰레기를 배출하지 말아야 하며 그럴 자신이 없으면 분리수거를 잘해서 쓰레기량을 줄여야 한다.

악취제거와 함께 자원순환형 쓰레기처리시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쓰레기 처리비용의 상승으로 각자 부담하는 금액이 올라가도 꾸욱 참아야 한다.

 

고기를 안 먹어야 하며 그럴 자신이 없으면 고기를 덜 먹고 덜 먹자는 캠페인을 벌어야 한다.

축산업의 무분별한 난립에 항의를 하고 축산업과의 지속가능한 발전방향을 논의해야 한다.

그에 대한 비용이 발생하더라고 감수해야 하며 도축장의 문제점을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

 

내가 살고 있는 곳, 내가 가진 땅의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어디에 생겨도 상관없다는 자세는 전형적인 님비현상이고 내로남불이다.

시청 앞에서 데모를 하면 저런 빨갱이 같은 놈들이라고 내뱉는 사람들 고향에, 자기 땅 주변에 혐오시설이 생긴다고 하면 본인들이 스스로 빨간 띠 두르고 거친 욕설로 항의를 한다.

아무도 안 알아준다. 속상하다고 말하지 마라. 당신도 그랬으니까!

 

내가 하면 정당한 항의절차이고 남이 하면 부당한 업무방해이다. 내로남불이며 님비다.

 

안성시는 또 쓰레기 소각장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평택의 광역쓰레기 소각장 신설로 대책을 세웠다고 한다.

평택시민들은 광역쓰레기 소각장 설립반대 청와대 국민청원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이제 지자체간 갈등이 일어날 조짐이다. 또 시작이다.

 

이렇게 쓰면서도 사실 시골에 사는 나도 겁난다. 나도 똑같은 사람인데... 나라고 별 수 있나. 위선적이지 않으려고, 앞으로 나에게 경각심을 주려고 이 글을 쓰는지 모르겠다.

 

기도해야 하나???

 

정인교(안성천살리기 시민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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