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패들의 공연 형식과 노래
사당패들의 공연 형식과 노래
  • 시사안성
  • 승인 2018.12.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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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남사당과 조선명창 바우덕이-18
A. 사당거사가 한량에 돈 따고(기산풍속도)
A. 사당거사가 한량에 돈 따고(기산풍속도)
B. 사당패가 한량 만나 돈 따는 모양(기산풍속도)
B. 사당패가 한량 만나 돈 따는 모양(기산풍속도)

사당패들의 공연 방식은 풍속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위의 기산풍속도를 보면 A의 제목은 사당거사가 한량에 돈 따고이고, B의 제목은 사당패가 한량 만나 돈 따는 모양이다. 이 두 그림은 한 명의 사당이 한량들에게 치마를 들고 돈을 달라 하고 있고, 그 뒤에는 2명의 거사가 소고를 치고 있다.

C. 사당 판놀음 하는 모양(기산풍속도)
C. 사당 판놀음 하는 모양(기산풍속도)
D. 사당거사 판놀음 하는 모양(기산풍속도)
D. 사당거사 판놀음 하는 모양(기산풍속도)

그림 C의 제목은 사당 판놀음 하는 모양인데, 한 명의 사당은 춤을 추고 다른 사당은 치마를 들고 있으며, 두 명의 거사는 소고를 치고 있다. 그림 D의 제목은 사당거사 판놀음 하는 모양인데 많은 관객 앞에서 세 명의 사당이 나와 한 명은 치마를 들고 있고 두 명은 춤을 추고 있으며, 네 명의 거사가 소고를 치고 있다. 그리고 우측 두 명의 사당은 담배를 물고 앉아 자기차례의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이로 미루어 알 수 있는 것은 사당이 한 명일 때는 판놀음이라고 하지 않고, 단지 돈 따는과 같이 행위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판놀음이라고 할 때는 적어도 각 2명 이상의 사당과 거사가 열을 맞추어 앞에서 사당이 춤을 추고 뒤에서 거사가 소고를 치는 판제를 이루었을 때를 말한다. 이는 아래의 판소리 사설 변강쇠가에 나오는 내용과 상당히 유사하다.

 

판놀음 차린 듯이 가는 길 건너편에 일자로 늘어앉아 걸사들은 소고 치며, 사당은 제차대로 연계사당 먼저 나서 발림을 곱게 하고 <산천초목이 다 성림한데 구경가기 즐겁도다. 이야어. 장송은 낙락장송이 다 떨어졌다. 이야어. 성황당 궁벅궁새야 이리 가며 궁벅궁 저 으로 가며 궁벅궁 아무래도 네로구나>. 움생원이 추어, <잘한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초월이오>. 또 하나 나서며, <녹양방초 저문 날에는 해는 어이 더디 가고, 오동야우 성긴 밤은 어이 길었는고>

 

작가와 시대가 불명확한 그림 E 역시 사당은 치마를 들고 있다. 제목이 사당걸전(耶黨乞錢)’이라고 되어 있어 사당패 명칭으로는 생소한 한자이지만, 치마를 들고 돈을 구걸하는 행위 및 전체적인 구도가 기산풍속도와 매우 유사한 점으로 보아 이들이 사당패임은 명확하다. 5매의 그림 모두 사당들이 치마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러한 행위는 공연에서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아주 중요한 내용으로 보인다. 앞줄에는 그림 D와 마찬가지로 두 명의 사당이 담배를 물고 앉아 있다. 복장이나 담배를 물고 앉아 있는 자세로 보아 서서 돈을 따고있는 사당들은 나이가 어린 애사당(연계사당)들이고 앉아있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은 사당일 것이다. 선배 사당들은 이렇게 대기하고 있다가 이후 자기 차례가 오면 서서 노래를 하는 형식이다.

E. 사당걸전(耶黨乞錢)
E. 사당걸전(耶黨乞錢)

조선후기의 문인 이학규의 시 걸사행에 보면 사당들은 공연으로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치마를 들쳐 공연비를 받으며, 한량들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연장에서 주위의 시선을 무시하고 사당들의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는 행위를 스스럼없이 한다. 사당들의 이러한 행위는 밤에 허우채(화대;解衣債)를 지급해 줄 남자를 고르려는 의도일 것이다.

 

동당 동당 동당 호남 퇴기 해서 창녀

한 불당에 내 사당 네 사당 무어 다투랴

아무데나 인산인해 이룬 곳에 엉큼하게 손 집어넣어 치마 속 더듬는다

너는 일전에 몸을 허락하는 계집이요 나는 팔도에 거친데 없는 한량이다

 

이는 퇴기와 창기들이 섞여 있는 사당의 출신 성분으로도 알 수 있고 그들이 부르는 여사당 자탄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한산 세모시로 잔주름 곱게 곱게 갈아입고 안성 청룡사로 사당질 가세.

이내 손은 문고리인가 이놈도 잡고 저놈도 잡네.

이내 입은 술잔인가 이놈도 빨고 저놈도 빠네.

이내 배는 나룻배인가 이놈도 타고 저놈도 타네.

 

정현석은 교방가요에서 그들이 부르는 노래가 내용이 음란하고 비속하며, 걸사가 창을 하면 사당이 답가를 하는데 거리의 아이들과 종들 역시 이를 풀어 부른다고 하였다. 이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사당이 창을 하면 거사가 답을 하는 여창남화(女唱男和) 방식이 아니라, 반대로 거사가 창을 하면 사당이 답을 하는 남창여화(男唱女和) 방식이다.

당시 사당패들 중에 이런 방식의 부류도 있었는지 정현석이 오기를 하였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런데 앞에서도 살펴본 바와 같이 대부분의 노래는 사당이 하지만, 거사들이 부르는 염불류의 노래도 4곡이나 있으므로 아마도 여창남화와 남창여화 방식이 섞여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거리의 아이들과 종들 역시 이를 풀어 부른다고 한 점으로 미루어 보아 산타령이나 염불류의 잡가는 일반인들이 흔히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당시 하층 사람부터 퍼져나가기 시작하는 노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제강점기 최영년의 속악유희에는 사당패들이 비단치마와 비단부채로 빙빙 돌며 춤을 추고 양산도를 부른다고 하였다. 이를 통해서도 사당들은 기본적으로 춤을 추는데 그 춤은 부채춤이었으며, 양산도류의 잡가를 부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옥이 지은 연작시 이언(俚諺)에는 사당가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것이 사당가라는 노래가 따로 있는 것인지 아니면 사당들이 부르는 노래를 사당가라고 하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내가 부른 사당가라는 의미를 살펴볼 때 사당들이 부르는 노래가 별도로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상을 종합하면 사당패들이 부르는 노래는 산천초목, 녹양방초, 오돌또기, 갈까보다, 오동추야, 방아타령, 잦은 방아타령, 매화타령, 정주타령, 유산가, 육자백이, 산타령, 양산도, 유령놀량, 화초타령, 달거리, 등타령, 춘면곡, 권주가, 염불타령, 염불가사 등이다.

그리고 거사는 번개소고 장단에 맞춰 긴염불, 짧은염불 같은 판염불과 긴영산을 부른다. 그리고 놀이판의 형태를 보면 사당과 거사는 각 한 줄씩 길게 늘어서서 마주보고 노래를 하며, 앞으로 갔다가 뒤로 물러나기를 반복하는 판놀음을 한다. 노래는 남창여화 또는 여창남화의 방식인데 아마도 둘 다 혼용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즉 사당이 선창을 할 때는 거사가 화답을 하고, 거사가 판염불이나 긴영산을 할 때는 사당이 답을 하는 형식일 것이다. 사당은 가무를 하며 남자를 유혹하고, 거사는 소고를 치며 염불을 하는 것으로 분업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살펴본 고문헌, 판소리 사설, 조선시대 풍속화 등 어떠한 자료에도 사당패들이 현재의 남사당패와 같은 다양한 종목의 기예를 선보였다는 흔적은 없다. 현재의 남사당놀이는 풍물, 덧뵈기, 어름, 덜미, 살판, 버나 등 6종목으로 사당패들의 놀이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풍물놀이 안에 소고춤이 있는 것을 제외하면 사당패들은 소리를 주 종목으로 하나, 남사당패들은 어름, 살판, 버나 등 체기(體技)를 주로 한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소리와 소고춤부채춤 등을 추며 판놀음을 주로 하는 사당패들의 놀이가, 남사당패로 바뀌면서 지금처럼 여섯마당을 기본으로 하는 체기위주의 놀이로 바뀌게 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홍원의(안성시청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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