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포동성당과 혼배성사(婚配聖事) (2)
구포동성당과 혼배성사(婚配聖事) (2)
  • 시사안성
  • 승인 2018.12.2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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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권의 사진에 담긴 이야기 - 25
결혼사진/ 1966년 11월 19일 안성 구포동 성당에서 혼배성사(결혼식)를 마친 후 제대 앞에서 찍은 기념사진
결혼사진/ 1966년 11월 19일 안성 구포동 성당에서 혼배성사(결혼식)를 마친 후 제대 앞에서 찍은 기념사진

환갑을 앞둔 부모님이 3대 독자인 아들이 혼인한다고 하니까 걱정이 되었는지 본적지인 안성읍 옥천동 십 몇 번지에 지어진 초가집을 팔고 새 식구를 맞이하기 편한 근처 함석집으로 이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새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 몇 마지기 안 되는, 농촌리 사갑 뜰에 있는 농토를 팔아 더 작은 논을 장만한 것으로 기억된다. 이렇게 해서 필자는 1966년 늦은 가을에 결혼식을 앞두게 되었다.

가톨릭 신자가 성당에 가서 결혼식을 하게 되는 혼배성사를 받기 위해서는 사목(司牧)상 혼인 전에 지켜야 할 절차가 필요했다. 우선 신랑신부 두 사람이 혼인할 본당신부와의 상담절차를 밟아야 하고 혼인신청서를 제출하는 일이다.

남녀 간에 연애 혼인이거나 중매 혼인이거나 혼인의 의사가 성립되었을 때, 결혼할 두 사람과 부모는 신앙에 바탕을 둔 혼인이 되기 위해서 본당신부를 찾아가 상담을 하고 혼인에 따르는 신자로서의 여러 가지 준비와 예식에 대한 지도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주례 본당인 안성 구포동 성당에서 필자에게 준 혼배규정을 바탕으로 당시에 있었던 일을 여기에 소개하려고 한다.

신랑 신부 좌석/ 주례사제 입당 후 혼배성사를 받기위해 재대 앞 신랑 신부 석에 앉아 있는 신랑 신부의 뒷모습
신랑 신부 좌석/ 주례사제 입당 후 혼배성사를 받기위해 재대 앞 신랑 신부 석에 앉아 있는 신랑 신부의 뒷모습

 

1) 혼인 신청서 제출

혼인신청서는 법적으로 요구되는 필수적인 서류는 아니나 혼인 수속을 진행시키고 도움을 주기 위한 하나의 접수서가 된다. 그러므로 이 서류는 교회법상으로 혼인 당사자의 신분에 대한 예비 조사의 성격이 있고 사목상으로는 혼인 당사자의 인적 사항(성명, 세례명, 생년월일, 본적, 현주소, 부모의 성명과 세례명)을 일괄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성사적(聖事的)으로는 혼인성사의 중요성을 인식케 하고 더 신중히 준비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므로 첫 번 면담을 신청할 때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본당에서는 이러한 신청 용지가 구비되어 있다.

 

2) 세례증명서와 호적등본 제출

첫 번 면담에서 본당신부의 혼인 승낙이 나면 세례증명서와 호적등본 한 통씩을 제출하되 두 가지 모두 발행한지 6개월 이내의 것이라야 한다. 이것은 합법적으로 신자라는 증명과 후일 세례대장, 혼인대장 및 교적(敎籍)에 세례 번호를 기입하는데 근본 자료가 되는 것이고 호적등본은 혼인 장애 유무를 알기 위한 근거 자료가 되는 것이다.

세례증명서는 세례받은 본당에서만 발행할 수 있고 세례 받지 않고 교적만 있는 본당에서는 발행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이 규정은 전술한 바와 같이 가톨릭 신자끼리만 혼인하게 되어있는 종교혼 제도 때문이기도 하다.

 

3) 혼인 전 당사자의 진술서 작성

이것은 교회법 제1067조의 규정에 따라 혼인의 유효성과 적법성을 위하여 필수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본당신부는 혼인 당사자들에 대해 교회법과 민법에 정해진 장애의 유무를 확인하고 혼인의 의미, 혼인의 목적과 특성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에 대해 충분한 교육을 실시하기 위함이다. 또한 혼인 당사자들의 혼인 결정이 강박이나 속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의사로 혼인하려는 것인지를 알아보는데 그 중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4) 혼인 공시

이것은 주례 본당에서 하는 일이나, 당사자들도 혼인 공시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시효를 알고 있어야 한다. 혼인 공시는 두 사람이 혼인해도 무방하다고 본당신부가 판단하기 위한 것이다.

모든 서류 절차가 끝나면 본당 게시판이나 주보(週報) 같은데 혼인 공시를 하는 동시에 본당 신자들 중에 그 혼인에 대해 어떤 장애가 있으면 본당신부에게 알리게 하려는 데에 목적이 있다. 물론 중혼(重婚)을 막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5) 혼인 예식 당일의 증인 대동

성당에서 혼인 예식을 거행할 때에는 반드시 신랑 신부 양쪽에 증인 한사람씩을 세워야 하느니 만큼 미리 선정해서 부탁해 두어야 한다. 그리고 혼배예식이 끝나는 대로 증인들은 혼인대장에 주소를 적고 기명, 날인(서명)해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증인은 반드시 혼배예식 중에 참관하는 증인이어야 한다(필자는 이용석 베드로 교우가 증인을 섰다).

반지 축성(祝聖)/ 혼배성사를 집전하는 주례 이윤성(아우구스티노) 사제가 신부에게 끼워줄 혼배 반지를 성수(聖水)로 축성하고 있다

 

교회법상 혼인을 주례하는 본당은 신랑 신부가 결정해서 정하면 되지만 대개 신랑 측 본당을 주례 본당으로 정하면 된다. 필자 역시 안성 구포동 성당으로 신부 측과 협의하여 결정하였다.

사담기에서 전술한 바와 같이 구포동 성당은 태어난 지 사흘 만에 세례성사를 받은 곳이고 첫 영성체라고 하는 성체성사와 견진성사(堅振聖事), 그리고 수시로 고해성사(告解聖事)를 받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가톨릭 전례에 대하여 잠깐 언급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전례(典禮)라고 하면 교회 의식으로 이해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교회 전례 안에는 일곱 가지 성사(七聖事)에 관한 성사와 일반적인 의미의 교회 의식이 있음을 구분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 혼인 전례에도 이 두 가지 구분이 있다.

신자와 신자 사이에 맺어지는 혼인은 혼배성사가 되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성사 전례에 해당하지만 미 신자와의 관면(寬免) 혼인은 단순한 교회 의식에 불과한 것이다.

성사로써 받는 은총(恩寵)은 근원적으로 그리스도께서 보장해 주신 고유한 은총이고 그 보장을 제도로 정해 주었다는데 특징이 있다(필자가 결혼식이나 다름없는 교회 의식에 대하여 거창하게 전개하는 것은 가톨릭 신앙심에 입각해서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받아드리는 데에 그 의미를 크게 두기 때문이다. 그러하기 때문에 혼배성사를 타당하게 받기 위하여 총각 때부터 자신이 지금까지 지은 죄에 대하여 자세히 성찰하고 고해성사를 받기도 하였다).

영성체(領聖體)/ 혼배미사 중 주례사제가 신랑 신부에게 밀떡으로 축성된 성체(聖體)를 영(領)해주고 있다.
영성체(領聖體)/ 혼배미사 중 주례사제가 신랑 신부에게 밀떡으로 축성된 성체(聖體)를 영(領)해주고 있다.

19661119일 드디어 혼배성사 날짜가 다가왔다. 지금부터 52년 전 일이다. 날씨는 상당히 포근하였다.

구포동 성당(1985년도에 경기도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정문 앞에 조촐하게 차려진 접수대에서는 절친 조영일 친구가 앉아 있었고 몇몇 친구가 서성이는 정문 앞에 신랑이 부모님과 함께 하객을 맞았다.

결혼식을 지켜 볼 겸 미사에 참석하러 온 구포동 성당 교우들이 성전을 모두 채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수원 처가에서도 친척들과 친지들이 꽤 많이 참석하였다.

 

성당 입구에서 내려다보니 혼배성사에 참여할 신부는 읍내 미장원에 가서 신부화장을 예쁘게 하고 하아얀 드레스를 입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지프차에서 내린다.

유심히 보니 첫 번째로 디딘 발엔 흰 고무신을 신고 있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면사포를 머리위로 높이 올리게 되면 혹시 신랑 키와 맞지 않을까봐서 굽 높은 구두 대신 낮은 고무신을 신게 되었다는 것이다.

 

신랑 신부가 성당 가운데에 있는 정문으로 들어가 서자, 주례사제가 혼배미사를 집전하기 위하여 제단으로 입당하였다. 주례사제는 본당 보좌로 있는 이윤성(아우구스티노) 신부로 정해졌다.

본당 주임인 정원진(루카) 신부는 고령을 이유로 젊은 보좌신부를 혼배 주례사제로 정해주었기 때문이다.

신랑신부 퇴장/ 혼배성사가 끝난 후 신랑신부가 퇴장하면서 친구들이 2층에서 던져준 축하 테이프를 받으면서 퇴장하고 있다
신랑신부 퇴장/ 혼배성사가 끝난 후 신랑신부가 퇴장하면서 친구들이 2층에서 던져준 축하 테이프를 받으면서 퇴장하고 있다

 

사회자 격인 미사 해설자의 신랑 입장이 선언된다. 신부는 40대 젊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이 이루어지고 미사 주례신부의 개회기도가 시작된다. 그리고 혼배미사의 순서에 따라 말씀의 전례가 진행된다.

필자가 가톨릭 미사전례와 함께 거행되는 혼배성사 중에서 가장 의미 있게 기억하고 있는 혼인계약식을 머리에 떠 올려 보려고 한다.

독서와 복음 낭독으로 이루어진 말씀의 전례가 끝나고 주례사와 한가지인 강론 말씀을 들은 다음에 혼인 계약식이 거행되었다.

신랑과 신부는 일어서고 양쪽의 증인 한 사람씩은 계약의 의사와 표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주례 사제 앞에 가까이 선다.

주례하는 사제는 신랑과 신부에게 세 가지 중대한 조건을 확인하기 위하여 질문을 하였다. 첫째, 두 사람은 서로 완전한 자유의사에 의한 것인지? 둘째, 서로 존경하고 일생 신의를 지킬 것인지? 셋째, 정당한 방법으로 자녀를 낳고, 종교 교육을 시킬 의무를 자각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가장 먼저 물었던 내용은 여기 있는 박종권 암브로시오와 민순자 마리아는 어떠한 강박도 없이 자유로운 의사로 혼인 하려는 것입니까?” 신랑 신부가 !”라고 대답하는지 각각 확인하게 된다.

가족사진/ 혼배미사가 끝난 후 구포동 성당 앞 계단에서 신랑 신부 양가 친척과 친지, 친구들이 함께 찍은 기념사진
가족사진/ 혼배미사가 끝난 후 구포동 성당 앞 계단에서 신랑 신부 양가 친척과 친지, 친구들이 함께 찍은 기념사진

 

주례사제는 위의 세 가지 질문에서 반대됨이 없을 때, 신랑과 신부는 사제와 증인과 하느님 백성(신자 들)이 모인 자리에서 두 사람의 혼인 계약 의사를 교환한다.

서로 마주 서서 악수를 한 채, “나 암브로시오(마리아)는 당신을 내 아내로(남편으로) 맞아들여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성하거나, 병들거나 일생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하며, 신의를 지키기로 약속합니다.”

이렇게 계약 의사를 공포함으로써 이 순간에 혼인이 성립되며, 동시에 가톨릭 혼배성사가 이루어진다. 주례사제는 이 자리에서 혼인 계약을 확인해 주고, 혼인의 인연이 풀리지 못한다는 것을 하느님의 이름으로 선언한다.

두 분이 교회 안에서 고백한 이 합의를 주께서 친히 견고케 하시고, 풍부히 강복(降福)하실 것입니다. 천주께서 맺으신 것을 사람이 풀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기도하면서 두 사람이 절대 헤어질 수 없음을 선언하게 된다.

주례사제는 혼인 계약이 끝나면 혼인 반지를 축성(祝聖)하여 신랑이 신부에게, 그리고 신부가 신랑에게 끼워주게 한다.

신랑과 신부는 성부와 성자와 성신(성령)의 이름으로 드리는 이 반지를 나의 사랑과 신의의 표지로 받아주십시오.”라면서 반지를 서로 끼워준다.

필자가 혼인 교육을 받을 때 혼인 반지는 다른 반지와 달리 장식품이 아니고 항상 상대방이 나와 함께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므로 빼어 두거나 팔아 버리거나, 더 좋은 것과 바꾸어 껴서는 안 된다고 들었다. 이는 배우자를 팔수도 바꿀 수도, 감추어 둘 수도 없다는 뜻이다. 쌍방이 같은 모양, 같은 재료로 반지를 만드는 것은 부부는 동일하고 평등하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혼배미사의 절정인 성찬의 전례가 계속되었다. 가톨릭에서 특히 중요시하는 것은 미사 중 부부가 영성체(領聖體, 축성된 밀떡을 입에 받아 모심)하는 것을 어느 때보다도 뜻이 깊고 또 부부의 신비를 잘 깨닫게 될 것이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이렇게 중요한 영성체이므로 요즘에는 성당에서 혼인하는 부부에게 성체(밀떡)와 성혈(포도주)을 함께 모실 수 있는 양형(兩形) 영성체의 특전까지 허락하고 있다.

당시 실정으로 보아 미사 중 영성체 예절에서 포도주는 영하지 않았고 주례사제는 교우들 보다 제일 먼저 신랑 신부에게 다가와 성체만을 영해 주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신부 친구들/ 결혼식을 축하해주러 온 신부 친구들과 함께 성당 계단에서 찍은 기념사진
신부 친구들/ 결혼식을 축하해주러 온 신부 친구들과 함께 성당 계단에서 찍은 기념사진

 

혼배성사 마지막으로 혼인 미사 중에 새 부부가 된 신랑과 신부만을 위해 주례하는 사제가 특별한 은총과 축복을 기원하는 부분이 있다.

영성체를 하기 전에 다함께 주의 기도를 드리고 난 다음에, 영성체가 끝난 후에 사제는 혼인 당사자들을 위해 기도를 올린다.

이 때에는 신랑과 신부만을 일어서게 한 다음 선 자세로 축복을 받는다. 이것이 혼인 축복의 기도이다.

혼배미사가 모두 끝 난 다음에는 일반 예식장에서 하는 것과 같이 신랑신부 퇴장의 순서를 미사 해설자가 선포 한다. 성당에서는 폭죽이나 소란스러운 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친구들이 기쁜 마음으로 던져주는 축하 테이프를 두 사람 머리에 얹어준 것으로 사진에서 확인된다.

지금으로부터 52년 전 1119일 혼인잔치는 동네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옥천동엔 아버지 때부터 사촌계가 형성되어있었기 때문에 동네사람들이 마치 친척이 혼인하는 것 같이 모두 와서 도와주었다.

동네 아이들까지 신랑 이름을 그냥 자연스럽게 부르는 종간’(종권)이네 집으로 총 출동하여 더욱 기쁜 잔치가 되었던 것이다. 신랑 신부 친구들은 국수 한 그릇 얻어먹느라고 애 썼던 후일담이다.

신랑 친구들/ 옥천동 잔치 집에서 신랑 친구들이 좁은 문간방에 앉아서 잔치 국수를 먹고 있다
신랑 친구들/ 옥천동 잔치 집에서 신랑 친구들이 좁은 문간방에 앉아서 잔치 국수를 먹고 있다

안방은 양가 부모와 친척들이 차지하고 있었고 건너 방은 새색시 구경 온 동네 아주머니들로 꽉 차 있었다. 좁은 문간 방 하나에서 친구들이 모여 떠들썩하게 진짜 잔치집이 맞구나 할 정도로 화기애애하게 치렀으니 말이다.

그날 신문사 안성지방 주재기자 손님들이 신랑을 더욱 기쁘게 만들었던 기억이다. 특히 동아일보 백기자, 한국일보 박기자, 경향신문 박기자, 경기매일 김기자 등과 일요신문 지국장, 동아일보 지국장 선배들이 새내기 기자가 장가드는 모습을 취재(?)한다는 농담으로 신랑 신부를 호출하여 술을 따르게 하고 노래를 시키는 등 옥천동 잔치집의 흥을 더욱 북돋아주었다고 회고된다.

정신없이 잔치를 치루고 건너 방에 마련된 신방에서 첫 날밤을 지내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첫 눈이 와서 앞마당을 하얗게 덮어 놓았으니 서설(瑞雪)이라 하여 상서(祥瑞)로운 일이라고 모두들 기뻐하였다.

신혼여행은 사흘 뒤에 버스를 타고 온양온천으로 출발하였다. 친구 어머니가 운영하는 **여관에 들러 인사드리고 따뜻한 대우를 받으며 쉬었다. 친구 아버지는 온양경찰서 서장으로 일하고 계셨다고 하는데 만나지는 못하였던 것 같다. 이튿날엔 경치 좋게 꾸며져 있는 **관광호텔로 가서 신혼여행 기념사진을 촬영하였다.

마리아는 2년 전 금혼 기념여행에서도 그 당시 기억을 떠올리면서, 신혼여행가서 잠은 여관에서 자고 사진은 호텔 앞에 가서 찍었노라고 놀린 적이 있었다.

새색시와 함께/ 결혼한 지 얼마 안 되는 초겨울에 새색시를 맞이하기 위해 새 집으로 이사한 옥천동 집 마루에 걸터앉아 정답게 찍은 신혼부부 모습
새색시와 함께/ 결혼한 지 얼마 안 되는 초겨울에 새색시를 맞이하기 위해 새 집으로 이사한 옥천동 집 마루에 걸터앉아 정답게 찍은 신혼부부 모습

 

필자는 앞으로 다가올 결혼 60주년 결혼기념일은 인생에서 내게 어떤 의미일까? 회혼식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깜짝 이벤트를 구상해서 마리아를 기쁘게 해 줄까하고 미리 생각하며 인생의 황혼기를 즐기고 있다.

요즘 늦은 가을 날씨 석양빛도 따뜻하고 노을이 붉게 물들어 타는 저녁 놀이 추억을 되살린다. 건강이 썩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 때까지는 사랑하며 즐겁게 살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 12월 초 아트홀에서 가진 안성시 실버합창단 창단2주년 정기공연에서는 노을을 비롯한 어린이 동요 여섯 곡을 메들리로 부른 적이 있다.

노인은 어린이와 동급이라는 전제하에서 합창곡으로 지휘자가 편곡한 노래이다. 노인의 석양빛을 떠 올리게 하는 노을1984년 제2MBC창작 동요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곡이다.

이 노래는 당시 초등학교 어린이가 불렀다. 여기에 그 가사를 소개하며 노년의 황혼기에 던져주는 의미를 발견하려고 한다.

 

바람이 머물다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연기, 색동옷 갈아입은 가을 언덕에 빨갛게 노을이 타고 있어요. 허수아비 팔 벌려 웃음 짓고 초가지붕 둥근 박 꿈 꿀 때, 고개 숙인 논밭의 열매 노랗게 익어만 가는, 가을바람 머물다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연기, 색동옷 갈아입은 가을 언덕에 붉게 물들어 타는 저녁 놀."

 

박종권(교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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