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사설에 나오는 사당패들의 노래
판소리 사설에 나오는 사당패들의 노래
  • 시사안성
  • 승인 2018.10.30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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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남사당과 조선명창 바우덕이 - 14
바우덕이 동상

사당패들이 어떤 형태의 노래를 부르고 공연을 했는가는 그들의 성격을 파악하는데 유용하다. 또 그를 통하여 남사당패 공연과의 비교를 통하여 사당패와 남사당패와의 차이점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사당패들의 공연 내용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남사당 6마당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똑같다면 사당패에서 남사당패로 바뀔 필요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당패들의 공연 종목과 내용은 판소리 사설과 고문헌을 통하여 짐작해 볼 수 있다. 신재효의 판소리 사설 변강쇠가에 사당이 차례로 등장하며 잡가를 부르는 부분에 다음과 같이 나온다.

 

판놀음 차린 듯이 가는 길 건너편에 一字로 늘어앉아 乞士들은 小鼓 치며, 社黨第次대로 연계社黨 먼저 나서 발림을 곱게 하고 <山川草木이 다 盛林한데 구경가기 즐겁도다. 이야어. 長松落落長松이 다 떨어졌다. 이야어. 城隍堂 궁벅궁새야 이리 가며 궁벅궁 저 으로 가며 궁벅궁 아무래도 네로구나>. 生員이 추어, <잘한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初月이오>. 또 하나 나서며, <綠楊芳草 저문 날에는 해는 어이 더디 가고, 梧桐夜雨 성긴 밤은 어이 길었는고>

 

번역 : 판놀음 차린 듯이 가는 길 건너편에 일자로 늘어앉아 걸사들은 소고치며, 사당은 제차대로 연계사당 먼저 나서 발림을 곱게 하고 <산천초목이 다 성림한데 구경가기 즐겁도다. 이야어. 장송은 낙락장송이 다 떨어졌다. 이야어. 성황당 궁벅궁새야 이리 가며 궁벅궁 저 산으로 가며 궁벅궁 아무래도 네로구나>. 움생원이 추어, <잘한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초월이오>. 또 하나 나서며, <녹양방초 저문 날에는 해는 어이 더디 가고, 오동야우 성긴 밤은 어이 길었는고>

 

이 변강쇠가에 따르면 첫 번째 등장한 사당 초월이 <산천초목>을 부르고, 두 번째 사당 구강선이 <녹양방초>를 부르고, 세 번째 사당 일점홍이 <오돌또기 춘향>을 부르고, 네 번째 사당 설중매가 <갈까보다>를 부르고, 다섯 번째 사당 월하선이 <방아타령>을 부르고, 여섯 번째 사당 금옥이 <잦은방아 타령>을 부르는 것으로 나온다. 이처럼 사당들의 기본 공연은 한 명씩 차례로 나와서 선소리 산타령류의 잡가를 부르는 형태이다.

신재효의 같은 책 박타령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오는데 여기서는 이들 잡가를 염불이라고 하였다. 사당패이니 만큼 사찰과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선소리염불로 표현 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변강쇠가와 박타령 두 판소리 사설로 알 수 있는 것은 사당과 거사는 함께 다니는데, 사당거사가 일자로 늘어서서 거사는 소고를 치고, 사당이 노래를 하는 것을 판놀음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사당의 절차대로, 연계사당이 먼저 나서라는 대목으로 보아 사당은 연행에 있어 나이 어린순으로 한다는 차례가 정해져 있으며 위계질서가 엄격했던 것으로 보인다.

 

寺黨이란 게, 그 중에 軟鷄寺黨, 앞서는 이었다.

---중략---

<나오던 中 上이로다. 너희들 長技대로, 念佛이나 잘하여라.> 寺黨居士 좋아라고, 居士들은 小鼓 치고, 寺黨節次대로, 軟鷄寺黨이 먼저 나서 발림을 곱게 하고----

 

번역 : 사당의 법이란 게, 그 중에 연계사당이, 앞서는 법이었다.

---중략---

<나오던 중 상이로다. 너희들 장기대로, 염불이나 잘하여라.> 사당의 거사 좋아라고, 거사들은 소고 치고, 사당의 절차대로, 연계사당이 먼저 나서 발림을 곱게 하고----

 

박타령(흥부전)에 나오는 사당거사 노래는 총 21곡이며, 사당은 산천초목, 육자백이, 녹양방초, 방아타령, 자진방아타령, 매화타령, 오동추야, 정주타령, 유산가, 달거리, 춘면곡, 권주가, 등타령, 갈가부다, 오돌또기, 단가, 염불가사, 염불타령 등 17곡을 부르고, 거사들은 판염불, 긴영산, 긴염불, 짧은염불 등 4곡을 불렀다. 이로보아 사당이나 거사 모두 노래를 하는데, 사당이 부르는 것은 노래’, ‘단가’, ‘권주가로 크게 나뉘며, 거사는 염불류를 불렀다. 사당들이 부르는 노래는 타령류의 잡가들인데 17곡 중 14곡이 노래이며, 권주가 1, 단가 1, 염불가사 1곡이 포함되어 있다. 그 중 단가는 박문서관본에서만, 염불가사는 하버드대 51장본에서만 보이는 내용이다.

1872년 정현석의 교방가요(敎坊歌謠)에 따르면 사당과 거사는 산타령, 유령놀양, 방아타령, 꽃방아타령을 부른다고 하였고, 최영년이 지은 해동죽지(海東竹技)속악유희(俗樂遊戱)에는 양산도를 부른다고 하였다. 박은용의 조사에 의하면 서도(평안도, 황해도) 지방에서 활동한 사당패들의 기본 종목은 <산천초목>, <놀량>, <앞산타령(사거리)>, <뒷산타령(중거리)>, <경발림(경사거리)>등이었다. 이 기본 연주에 이어서, <산염불><구영변가>와 같은 서도민요나 사당춤도 첨부하여 공연 종목으로 삼았다.

그리고 고려대 전경욱 교수의 조사에 의하면 경기 사당패들은 <놀량>, <사거리> 다음에 <양산도>, <방아타령>, <경복궁타령> 등을 연결하여 불렀다. 그리고 사당패의 후신인 산타령패(선소리패)들은 <놀량>, <사거리> 다음에 <도라지타령>, <잦은방아타령>, <개고리타령>, <도화타령>을 이어 불렀다고 한다. 손인애 교수는 음악 및 연행 특성을 분석해 길군악, 배꽃타령, 지화자타령, 동풍가, 사랑타령, 등가타령, 밤달애 사당패소리, 봉지가 등을 불렀다고 하였다.

따라서 지금까지 조사된 사당패놀이를 정리하면 변강쇠가에는 산천초목 등 6, 박타령 이본에는 산천초목 등 21, 교방가요에는 꽃방아타령 등 4, 속악유희에는 양산도를, 북한의 박용은 교수의 조사에는 놀량 등 6곡을, 전경욱 교수의 조사에는 사거리 등 5곡을, 손인애 교수의 조사에서는 길군악 등 8곡을 불렀다고 하였다. 이상 총 45곡의 노래 중 중복되는 산천초목, 녹양방초, 양산도, 방아타령, 자진방아타령, 등타령 등 10곡을 제외하고 나면 현재까지 밝혀진 사당들이 주로 부르는 잡가류의 선소리는 35곡이다.

이상으로 사당패들은 주로 잡가라고 불리는 타령조의 노래와 불교에서 파생된 노래인 염불조의 노래를 부르는 것을 주된 공연 내용 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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