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에게 배우는 삶의 철학
"겨울나무"에게 배우는 삶의 철학
  • 시사안성
  • 승인 2023.02.22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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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량 교수의 노래하는 인문학
눈발 속의 겨울나무
눈발 속의 겨울나무

입춘이 지났지만, 아직 겨울의 끝자락에 있는 느낌이다. 겨울이면 특별히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겨울나무>라는 동요이다. 어린 시절부터 알고 있는 노래인데, 자주 부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잊은 적은 없다. 나는 특히 이 노래를 동요 중에서 가장 철학적인 동요로 생각하고 있다.

 

겨울나무

이원수 작사, 정세문 작곡

 

나무야 나무야 겨울나무야

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아무도 찾지 않는 추운 겨울을

바람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느냐

 

평생을 살아봐도 늘 한 자리

넓은 세상 얘기도 바람께 듣고

꽃피던 봄 여름 생각하면서

나무는 휘파람만 불고 있구나

 

그동안 많은 시인이나 작가, 예술가들이 나무에 대해, 나무의 아름다움에 대해 노래해 왔다. 그런데 그 중에서 나에게는 이 노래가 가장 인상적이다. 한 편의 짧은 동요이지만, 이 곡처럼 나무를 통해서 아름다운 삶의 철학을 전해준 시와 노래도 드물기 때문이다.

이 노래는 겨울의 나무를 노래하고 있다. 사람들이 사시사철 산을 찾아오지만, 겨울에는 아무래도 산을 찾는 사람들이 다른 계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겨울에 바라보는 나무는 아무래도 외롭고 쓸쓸해 보일 것이다. 이 노래에서도 나무는 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 있는 겨울나무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외로운 겨울나무가 바람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무도 찾지 않는 추운 겨울 외롭고 쓸쓸한 상황인데도 말이다.

2절의 노랫말은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평생을 살아봐도나무는 늘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넓은 세상 얘기도 바람에게 들으면서. 나무는 그저 한 자리를 묵묵히 지키면서, 바람결에 들려오는 얘기나 흘려들을 뿐이다. 번잡한 세상사에 크게 관여하지 않고, 자신이 처한 삶의 자리를 묵묵히 지켜내고 있는 것이다. 정치사회적으로 너무나도 안타까운 시기이기에, 말없이 아름답고 숭고한 삶을 사신 분들이 더욱 마음 깊이 다가오고 있다.

이 노래의 마지막 소절은 또한 겨울을 맞이한 우리들에게 소중한 삶의 철학을 전해준다. 인생을 계절에 비유한다면, “꽃 피던 봄 여름은 어느 시기를 말하는 걸까? 우리가 젊었던 시절, 우리의 삶이 화려하게 꽃 피고 열매 맺던 청장년의 시절을 말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무가 가을을 지나 겨울을 맞이했다면, 이제 나이 들어 노년을 맞이한 우리의 삶을 말하는 게 아닐까.

그런데 인상적인 것은 겨울을 맞이한 나무가 찬란했던 봄 여름을 회상하면서 휘파람만 불고 있. 휘파람을 분다는 것은 노래한다는 것이다. 괴롭고 슬픈데 휘파람을 부는 사람이 있을까? 휘파람을 부는 사람은 즐거운 마음이거나, 자신의 삶에 초연한 마음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에서 발터는 스승인 작스에게 아름다운 노래명가수의 노래는 무슨 차이가 있는지 묻는다. 작스는 인생의 봄에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많지만, 결혼해 여름과 가을을 지내고 겨울이 되어서도 그러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마이스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 삶이 어떠할지라도, 우리는 모든 계절에 노래하자. 특히 외롭고 추운 겨울을 맞이했다면, 우리는 더욱더 인생을 노래하자!

정경량(노래하는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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