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비의 속삭임: 내 인생의 노래
이슬비의 속삭임: 내 인생의 노래
  • 시사안성
  • 승인 2022.11.04 06: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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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량 교수의 노래하는 인문학
필자가 놀았던 전주천 현재의 모습

6살 때 옆집 친구한테 배운 내 인생의 첫 번째 노래 <산바람 강바람>에 이어, 두 번째로 내가 기억하는 노래는 <이슬비의 속삭임>이다. 8살 때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학교에서 배운 동요이다. 음악 수업 시간에 많은 노래들을 배웠겠지만, 1학년 때 배웠던 노래 중 내 기억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노래는 바로 이 곡이다. 강소천 작사 김성도 작곡의 노래인데, 나에게는 무엇보다도 이 노래의 노랫말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오랜만에 이 곡의 노랫말을 다시금 감상해본다.

 

이슬비의 속삭임

 

나는 나는 갈 테야

연못으로 갈 테야

동그라미 그리러

연못으로 갈 테야

 

나는 나는 갈 테야

꽃밭으로 갈 테야

꽃봉오리 만지러

꽃밭으로 갈 테야

 

어떤 연유로 하늘에서 비가 내려오는 것인지 그 과학적 원리를 내가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날씨가 변하는 자연현상을 감지하고는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노래에서는 비가 사람처럼 의도를 가지고 어디론가 가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표현하는 수사법을 의인법이라고 하지만, 학교에 처음 들어갔던 나에게 이러한 노랫말은 참 이상하고 신기하게 여겨졌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비가 동그라미를 그리러 연못으로 가고, 꽃봉오리를 만지러 꽃밭으로 가겠다고 하는 것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흡사 사람처럼 정겨운 마음을 가지고, 연못과 꽃밭으로 가고자 한다니! 그 후로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 옛날 내가 이 노래를 통해 느꼈던 신선한 인상과 감동은 지금까지 생생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나는 매일 냇가에 가서 헤엄도 치고, 물 위로 돌멩이도 던지며 놀았기에, 이 노래에서 동그라미 그리러 연못으로간다는 표현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잔잔한 물 위에 빗방울이 떨어지거나 돌멩이를 던지면, 동그란 원형의 파문들이 멀리 퍼져나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노랫말 표현에 쉽게 공감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에게는 이 노래의 2절 가사가 더욱 인상적으로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글의 첫 부분에서 이 노래의 노랫말을 상기해보았을 때, 나는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나는 갈 테야/ 연못으로 갈 테야/ 꽃봉오리 만지러/ 연못으로 갈 테야”. 1절과 2절의 가사를 편집하여 한 절의 노래로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워낙 물가를 좋아하다보니, 이 노래에서 꽃밭보다 연못이 더 마음속에 남아 있었고, “동그라미를 그리는 것 보다 아름다운 꽃봉오리를 만지러 간다는 것에 더 강한 인상을 받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무튼 이슬비가 물 위에 동그라미 그리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더 나아가 이슬비가 사랑하는 마음으로’(!) “꽃봉오리를 만지러 간다는 대목에서 나는 특별한 인상을 받았던 것이다.

 

평생 동안 (독일) 언어와 문학 전문가로 살아온 내가 지금 이 노래와 더불어 돌이켜보면, 나는 그 어린 시절부터 이미 언어의 시적인, 문학적인 표현과 의미에 대해 상당히 깊은 감수성을 가지고 있었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 보면 한 사람의 인생이란 어린 시절부터 평생을 이어 관통하는 어떤 특별한 면모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한 편의 시나 노래가 우리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그 옛날 어린 시절 초등학교 1학년 때 배웠던 이 <이슬비의 속삭임> 노래가 내 삶에는 과연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정경량(노래하는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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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2022-11-05 12:05:30
멋집니다ᆢ영원한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