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 구하기에 나선 상인들
구청장 구하기에 나선 상인들
  • 강철인 기자
  • 승인 2018.08.2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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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현장은 다양하다. 드라마에서 간혹 보는 극적인 장면이나 잔인무도함을 겪는 일은 드물지만 항상 삶의 치열함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특히 생존권과 직결되는 일을 두고서는 치열함은 절박함으로 변한다.

물론 절박함이 극에 다다르면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여기에 이권이란 개념이 더해지면 상황은 악해진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한 기사가 기자에게는 신선하게 들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역 소상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다국적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 입점을 막았다는 이유로 전직 구청장이 4억원의 구상금을 물게 됐다는 것이다.

행정수행과정에서 기업과 자치단체 간에 이 같은 일은 흔하게 일어나며, 상황에 따라서는 송사로 이어지고 한다. 법원이 누구 손을 들어주냐에 따라 법적 책임 주체가 달리지만 오히려 사업은 박차를 가해 추진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민원을 잠재우기 위한 기업과 자치단체 간 일종이 요식행위로 보기도 한다. 이 기사도 여기까지만 두고 보면 특별할 것이 없다.

하지만 이번 건은 달랐다. 구청장을 구하기 위해 나선 이들이 있다. 지역 노동자와 상인단체 들이다. 이들 간의 사연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윤종오 전 울산북구청장은 코스트코 울산점 건축 허가 신청을 3차례 반려했다. 대형할인마트가 들어설 경우 중소 상인과 지역 상권 황폐화가 예상되며, 이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와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허가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울산시 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에 따라 건축 공사를 마무리 하고 다음해 운영까지 이어졌지만, 윤 전구청장은 직권남용과 권리행사 방해 협의로 기소돼 결국 손해배상을 판결 받았다,

이에 울산 8개 상인단체는 최근 윤 전 구청장 구상금 청산을 위한 대책위를 만들어, 구상금 면제를 정부에 촉구하는 국민 청원에 나섰다.

상인단체가 윤 전구청장에게 손을 내면 이유는 명확하다. 진정성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울산 북구가 가지는 정치적 특수성을 감안해도, 민간인과 자치단체간의 이 같은 관계 정립은 쉬 이뤄지지 못한다.

오히려 박근혜 전 정부가 추진해 온 규제개혁 바람을 타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대도시가 각종 개발붐에 몸살을 앓자 갈등의 대척점을 이룬 것은 기업과 자치단체가 아닌 시민과 자치단체였다. 그 갈등에서 최종 승자는 대부분 기업이었으며, 가장 큰 피해는 시민들이었다.

한 지인은 안성 인근 자치단체에 최근 가구 판매 전문 외국기업이 기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입점에 나섰다는 소식을 듣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대형마장 주변에서 자영업을 하는 지인의 걱정은 한가지다. 피해가 뻔한 주변 소상인들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자치단체장은 기공식을 찾아 축하하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울산시 북구 사례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안성에서도 대형마트는 골목시장 황폐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때문에 상인 대부분은 이들 입점을 반기지 않는다. 소상인 입장에서는 생존권이,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영업을 통한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성시도 취해야 할 입장은 명료하다. 민원에 떠밀린 요식행위가 아닌, 문제 해결을 위한 진중한 발걸음이어야 한다. 무거운 발걸음이겠지만 상인도, 노동자도 더 나아가 시민 모두가 비빌 수 있는 언덕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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