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인문학과 예술이다
다시 인문학과 예술이다
  • 시사안성
  • 승인 2022.03.31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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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량 교수의 노래하는 인문학
이순신 장군께 참배하는 필자
이순신 장군께 참배하는 필자

국민의 커다란 관심사였던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정치적인 일에 크게 관여하지 않고 살아왔지만, 이번 대선에는 유달리 마음이 쓰였다. 개표상황을 지켜보다가, 염려스러운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날이 밝아 결과를 확인하고서 나는 허탈감에 빠져버렸다. 멍한 상태로 하늘을 바라보다가, 마음을 가다듬고 짧은 시 한 편을 썼다. 제목을 생각해낼 마음은 없었다.

 

무제

 

날이 밝았다

다시 바라본다

저 파란 하늘을...

 

그 날 이후 아내는 여러 날 동안 우울한 마음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아내의 마음을 달래줄 겸 바다로 여행을 떠났다.

가는 길에 먼저 아산 현충사에 들렀다. 얼마 전 김훈의 장편소설 <<칼의 노래>>를 읽고 커다란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웠던 상황에서 숭고한 애국심과 탁월한 전략으로 나라를 지켜내신 이순신 장군! 그 참혹하고 아찔했던 임진왜란 시절을 생각하면서, 두 손 모아 장군께 깊은 감사의 참배를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대한민국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방탄소년단의 노래나 <기생충>, <미나리> 등의 영화가 국제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한국의 예술이 크게 각광을 받았다. 한국의 정치적, 경제적 발전도 높은 선진국의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니, 이 또한 흐믓한 일이다.

하지만 나의 생각과 관심은 좀 다르다.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와 국민의 수준은 과연 선진국일까?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가 하는 것은 물론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나라와 민족의 운명이 대통령에 의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훌륭한 대통령 한 두 사람이 나왔다고 해서 그 나라 정치의 수준이 당장 높아지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수준이다. 그 수준만큼 발전하게 되어 있다.

그러면 국민 수준의 기준은 무엇인가? 경제력인가? 재산이나 경제력이 한 사람의 수준이나 나라의 품격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인문정신이다. 인문정신이란 우선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만한 가치가 없다고 소크라테스 형님(?)이 말하지 않았던가? 다른 사람에 대한 비난과 혐오가 난무하는 이 시대, 우리 모두 나 자신부터 겸허하게 성찰해 나가자!

자신에 대한 성찰은 우리가 더불어 살고 있는 사회를 성찰하는 데까지 나아가야만 한다. 올바른 가치관과 판단력을 길러주는 인문정신과 성찰능력은 아름답고 행복한 삶과 사회를 위해 너무나도 중요한 덕목이다.

예술의 경우도 그렇다. 탁월한 예술가들의 역량과 역할이 물론 중요하지만, 예술이 전문 예술가들에게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평생학습 차원에서 예술을 공부하는 것, 그리하여 예술 활동이 대중화되는 것. 여기까지 예술이 나아가야만 비로소 소중한 예술의 의미가 우리의 삶과 사회에 펼쳐지는 것이다. 예술 공부와 예술 활동을 통해 얻게 되는 예술적 감성과 감동, 이것은 또한 아름다운 삶을 위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한 개인이나 나라의 수준은 근본적으로 인문정신과 예술의 수준으로 결정된다. 21세기는 인문학과 문화예술의 시대이다. 예술적 감동과 인문정신을 추구하는 시대이다. “노래하는 인문학이 더욱 절실한 소명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혼란스럽고 염려가 되는 국내의 정치상황, 러시아의 침공으로 참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이 참혹한 시대, 그래도 우리는 꿈과 희망을 노래해야하지 않겠는가? 아름답고 행복한 삶, 그리고 평화로운 나라와 인류를 위해...

 

 

정경량(노래하는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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