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죽게 된다면...
내일 죽게 된다면...
  • 시사안성
  • 승인 2022.02.2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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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량 교수의 노래하는 인문학
기타를 사랑하는 필자
기타를 사랑하는 필자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온 지 오래 되었다. 그러다보니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몰두하며 사는 게 일상이 되었다. 나이가 들어가는데도 변하질 않아, 때로는 몸이 아프기도 했다. 이제는 진정 과유불급이다. “넘치는 것은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는 지혜를 마음에 새길 때다.

10년 전 어느 날,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내가 만약 내일 죽게 된다면, 무엇이 아쉬울까?” 60을 눈앞에 둔 시점이었다. 1분이 되었을까? 어렵지 않게 나에게서 하나의 답이 나왔다: “그 아름다운 곡들을 모두 기타로 연주하고 노래하지 않았다면, 오직 그것이 아쉬우리라.”

죽음을 가정해 본 후 나온 진솔한 대답이었다. 그 순간 내 삶의 우선순위가 저절로 정돈이 되었다. 나는 이제 그 아쉽게 될 것을 매일 매일 줄여나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자 나의 마지막 소망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아름다운 곡들을 모두 기타로 연주하고, 노래하고, 죽는 것.”

짧은 시간에 얻게 된 소중한 생각을 아내에게 털어놓았다. 얘기를 들은 아내는 석연치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마지막 소망치고는 좀 이상하지 않아?” 그래서 나는 대답했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은 다 다른 거야.”

그 때 이후 나는 더욱 더 기타 연주와 노래에 몰두했다. 하루라도 기타를 치지 않고 노래하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해서 지난 10년간 기타 연주와 노래에 흠뻑 빠져 살았다. 기타와 노래에 미친 사람이었다. 매일 연주하고 노래하게 되니, 나이는 들어갔지만, 연주와 노래 실력은 점점 더 늘어가는 것 같다.

노래도 그렇지만 기타 연주를 잘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예전에 아내는 나에게 종종 이렇게 말하곤 했다. “당신은 연주보다 노래가 나으니, 어디 가서 연주하지 말고 노래를 하라. 그러나 아내는 언젠가부터 노래뿐만 아니라 내 연주에도 감동을 받는다.

아내와 나는 평상시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다양한 지역에서 초청을 받아 강연과 공연을 펼치다보니, 아내와 함께 왕래하는 일들이 많았다. 늘 즐겁게 여행하는 기분으로 우리는 강연과 공연장을 다녀오곤 했다. 코로나가 끝나게 되면 그 즐거웠던 일들이 다시 펼쳐질지 모르겠다. 아내는 회의적이다. 이제 나이가 들었는데 누가 불러주겠느냐고.

오래된 습관이라 아직도 일에 열정적으로 몰두할 때가 있다. 그러면 아내는 내 건강을 염려하면서, “은퇴한 사람이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느냐고 핀잔을 주곤 한다. 인문학을 공부하고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사람에게 은퇴가 있겠는가? 시인이나 화가가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다가 60이 되면 그만 두어야하나? 나의 공부와 연주도 그렇다. 나는 죽어야 은퇴다.

필자가 매일 바라보는 금광호수 풍경
필자가 매일 바라보는 금광호수 풍경

평생학습의 시대이다. 그 옛날 공자님도 평생 공부하는 걸 즐겼거니와, 공부를 하는 시대가 특별히 따로 있겠는가. 공부는 죽는 날까지 하는 것이다. 예술도 그렇다. 공부하는 학자와 예술가에게는 정년이 따로 없다. 육체적인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마음이 진짜다. 젊었던 날도 소중하고, 나이 들어 늙어가는 날들도 똑같이 소중하다. 소중한 하루하루를 즐기며 더불어 행복을 나누는 사람. 그에게는 늘 청춘의 마음이 있을 뿐이다.

나는 매일 금광호수를 바라본다. 그 아름다운 풍경에 늘 경탄한다. 이곳에서 어느덧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너무나도 행복하다. 이제 바라는 게 있다면, 가까이 사는 금광면 주민들, 안성 시민들과 기타와 노래의 예술적 감동을 나누고 싶은 것이다. 다가오는 새 봄, 3월에 처음으로 개설되는 금광면 기타교실이 마냥 기대가 된다.

 

정경량(노래하는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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