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절을 올리며 내게 남은 삶이 한 시간이라면
큰절을 올리며 내게 남은 삶이 한 시간이라면
  • 시사안성
  • 승인 2021.12.13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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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호의 단상 그리고 시인 금은돌 - 55

내게 남은 삶이 한 시간이라면

알파늑대 안키호테로 잘 살았다내 심장을 토닥여주며

문무대왕 수중능 바위에 올라 큰절을 하고 마지막 생을 마감하고 싶다

 

그러므로 나는 쓴다

내가 발 딛고 있는 안성 땅 위에서 길을 걸어가다 가다 쓴다

 

살아오면서

죽어 저 세상으로 떠난 내 아내가 시인이었고 지금 내 아들이 시인이라는

모자 시인을 옆에 두고 사는 남편이자 애비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살았다

 

맨날 중딩 아들에게 나의 문장에 대해 아빠는 주어가 없어? 아빠는 묘사가 없어? 아빠는 비유가 없어? 하고 장난으로 아빠를 골리면 아내는 맞다 맞다 맞다 박장대소하던 그런 날들이 몹시 그립다

 

어제는 안성 지역 후배들을 오랜만에 우연치 않게 만났다 저녁 때에도 우연치 않게 20여년전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사무국장 시절 함께 활동했던 여성운동가들을 만났다 그 동료들과 함께 생명운동도 함께 하고 기적의중앙도서관유치운동도 함께 했던 시절이 생각난다 다들 반갑게 나를 맞이해준다 허허 내가 헛살지는 않았구나 싶었다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사무국장할 때 내 생각은 이러했다

산속에 있는 스님이나 지금 여기 있는 나나 모두 똑같이 도 닦는 거다

누가 더 열심히 도 닦았는지 그 결과는 관 뚜껑 닫을 때 결판난다

아직도 가야 할 여정이 멀리 남아 있다

그저 지금은 길 위에서 먼지 폴폴 날리며 말 달리는 일만 하면 된다

파블로 네루다는 매일 시 한편 썼다는 이야기를 3년전 즈음 시인 아들에게 이야기하며 아니 우리집 시인은 뭐하노 시인 아빠도 매일 글 한편 쓰는데 하면서 골렸던 기억이 난다 농 삼아 시인 아빠는 매일 글 한편 시인 아들은 이틀에 한편 쓰면 되겠네! 했더니 고개를 끄떡이며 웃음으로 마무리하던 아들의 모습 그 시절이 그립다

 

큰절을 드렸다

 

소모임 한마당에 참여한 100여명의 조합원들에게

27년의 역사 속에서 매일 일개미처럼 벽돌을 물어온 건물주 조합원들 당신들이 최고입니다라는 고마운 큰절이었다

2만명 조합원들의 한푼두푼이 없었다면 오늘날 9층 신사옥은 없다

주인인 그들의 수고로움이 없었다면 대한민국 최초라는 자부심과 아시아로 나아가는 대표적인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발돋움할 수 없다

 

내년에는 10년을 이어온 소모임 한마당이라는 명칭은 없다

이제 소모임이 아니고 대모임이기 때문이다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서 아시아이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아시아 사회적 어워드라는 명칭을 쓸 것이다

이런 영감을 불러 일으켜준 BTS와 봉준호 감독에게 감사드린다

 

우리 조합이 필사적으로 달려온 길

이제 10년안에 2만명 조합원이 4만명이 되어 안성시민의 20%를 확보하는 일이 남았다

국가나 정부가 모든 복지를 다 책임질 수 없다

국가나 정부가 청년들과 은퇴자들의 일자리 창출을 다 책임질 수 없다

민의 영역에서 300개 협동조합 창출을 통해 스스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아시아의 대표적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진화발전하는 일

아시아의 볼로냐가 되고 아시아의 몬드라곤이 되는 일을 하면 된다

 

청소년들이 청년들이 자살하고 방황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할 때

우리는 빨리 손을 내밀어주어야 한다

 

대학 안가도 좋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여기 대안학교형 협동조합도 있다

부모로부터 대학 학자금 받아서 대신 외국여행 다녀오기 바란다

여기 너희들의 꿈을 충족시켜줄 300개의 협동조합이 있단다

 

그 길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독려하고 실천하는 일

꿈을 이루는 유일한 방법은 오늘 하루 실천하고 오늘 하루 기도하는 것

 

내게 남은 삶이 한 시간이라면

알파늑대 안키호테로 잘 살았다내 심장을 토닥여주며

문무대왕 수중능 바위에 올라 큰절을 하고 마지막 생을 마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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