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델바이스: 내 인생의 노래들
에델바이스: 내 인생의 노래들
  • 시사안성
  • 승인 2021.11.24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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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량교수의 노래하는 인문학 – 33

영화 중에서 특히 음악이나 노래와 관련된 영화들을 나는 즐겨 본다. 그 중 고등학교 시절에 본 <사운드 오브 뮤직>(1965년 개봉)은 나의 첫 번째 인생영화이다. 영화 속에 나오는 노래와 스토리가 한데 어우러져 참으로 아름답고 감동적인 영화였다. 영화를 본 후 한 달 동안 나는 거의 그 영화 속에 푹 빠져 지낼 정도였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그때 보았던 영화의 감동을 되새겨본다.

이 영화는 첫 장면부터가 인상적이다. 오스트리아의 아름다운 동산에서 견습 수녀인 마리아 역의 주인공 줄리 앤드류스가 <사운드 오브 뮤직> 노래를 멋지게 부르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이윽고 마리아는 원장 수녀의 권유로 7명의 자녀를 둔 폰 트랩 대령의 집 가정교사로 가게 된다.

영화에 나오는 아름다운 노래들과 더불어 나를 감동시킨 것은 영화 속의 마리아와 폰 트랩 대령 사이의 사랑 이야기였다. 마리아가 엄마를 잃은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면서 아이들과 점차 교감하게 되고, 엄격한 폰 트랩 대령 역시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마리아는 자신이 폰 트랩 대령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자 수녀가 되고자했던 마리아는 당혹스러운 마음을 품고 아이들을 떠나 수녀원으로 돌아간다.

마리아의 고민을 알게 된 원장 수녀는 마리아한테 폰 트랩 대령에게 가는 게 좋겠다고 조언한다, 마리아를 향한 하느님의 뜻이 거기에 있을 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나에게는 이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간절한 사랑은 때로 이렇게 종교적 결심마저 초탈하기도 하는 것일까? 마리아는 마음의 결정을 내려 다시 폰 트랩 대령을 찾아가고, 두 사람은 마침내 결혼을 하게 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는 오스트리아 해군 장교 폰 트랩 대령 일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나치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점령하여 합병한 1938, 나치 독일은 폰 트랩 대령에게 독일 해군에 입대할 것을 종용한다. 그러자 폰 트랩 대령 가족은 오스트리아를 탈출하여 이탈리아를 거쳐 미국으로 망명한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폰 트랩 가족이 알프스 산을 넘어 스위스로 탈출하는 상황으로 전개된다. 마침 축제가 있어 독일 군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공연에 참가하여 가족 합창단으로 축제 무대에 선다. 이를 계기로 감시가 느슨해질 때 탈출하려고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 공연에서 폰 트랩은 혼자 기타를 연주하면서 <에델바이스> 노래를 부른다. 이 노래는 영화를 위해 만들었는데,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가 1960년 사망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작곡한 곡이라고 한다.

폰 트랩은 이 <에델바이스> 노래를 부르다가, 독일 히틀러에 의해 짓밟힌 조국 오스트리아를 생각하면서 목이 메어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 이 때 폰 트랩의 심정을 헤아린 마리아가 무대로 나가 함께 이 노래를 부른다. 침략을 당한 오스트리아와 조국을 떠나야만 하는 가족의 애달픈 처지가 이 노래와 더불어 애처로운 마음을 불러 일으켰다.

예나 지금이나 폭압적인 독재자나 침략자에게 저항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죽음을 무릅쓰고 온 가족이 자유를 찾아 알프스 산을 넘어 탈출한다는 이야기는 감동적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내가 <에델바이스>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999년 캐나다 맥길대학교 연구교수로 있으면서, 가족과 함께 1년 동안 몬트리올에 살았다. 그 시절 미국으로 가족 여행을 떠난 적이 있는데, 캐나다와 미국 국경을 넘어서자 유럽식으로 지은 집들이 모여 있는 작은 마을이 보였다. 궁금한 마음으로 그 마을에 들어서니, 그곳은 뜻밖에도 폰 트랩 가족이 집을 짓고 살았던 곳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우리 가족은 우연히도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의 실화 주인공들이 살았던 미국 버몬트 주의 스토우 산장을 방문했던 것이다. 놀라우면서도 잊혀 지지 않는 여행 경험이었다.

혹시 이 아름다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아직 보지 못하셨는가? 언제라도 꼭 한 번 보시길 바란다, 이 영화의 주제가라 할 수 있는 <에델바이스> 노래도 감상하시면서...

 

정경량(노래하는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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