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기후위기 세상을 바꾸는 큰 무기는 교육이다
(특별기고) 기후위기 세상을 바꾸는 큰 무기는 교육이다
  • 시사안성
  • 승인 2021.10.14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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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세상을 바꾸는 큰 무기는 교육이다

 

전교조 안성지회 사무국장 박기현

 

내가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작년 말이다.

그전까지는 지역의 청소년들을 만나며 마을교육공동체 관련 활동에 힘을 쏟고 있었다. 10년 정도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하였더니 강의를 요청받는 일이 생겼다. 사실 하던 일이 마을교육공동체와 관련되었을 뿐이지 이론적으로 연구를 깊이 있게 해본 적은 없었다.

 

이번 기회에 내 생각도 정리해볼 겸 강의를 준비하며 여러 책도 읽고 자료를 수집하던 중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강의 결론이 환경문제로 귀결되는 것이었다. 마을교육공동체가 내 삶을 둘러싼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찾고 실천하는 것인데, 공동체가 해결해야 할 공동의 문제이며 가장 시급한 문제가 환경문제였다.

 

교사로서 당연하게도 내가 알게 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학생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먼저 환경교육에 관한 교육내용과 방법이 잘 정리된 교원 연수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그런데 충격적이게도 대부분의 교사가 이용하는 연수 사이트인 중앙교육연수원, 경기도교육연수원, 율곡교육연수원 등 공공 연수기관 어디에도 환경교육 연수는 없었다.

 

몇 년 전부터 중고등학교 선택과목 중 환경교육이 생겼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는데, 연수 자료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이해하기도 힘들었다. 어렵게 사설 연수 사이트에서 한 개를 찾았지만 내용이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아내와 함께 맨땅에 헤딩한다는 마음으로 교육자료를 만들고 수업을 준비하였다.

 

수업은 기후위기의 심각성 알기, 원인 찾기, 해결방안 모색-실천이라는 단계로 구성하였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은 몇 년 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이상 기후 현상을 뉴스 통해 소개하였다. 또한, 내가 직접 겪은 현실에서 찾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3년 전에 우리 집에 대나무 10그루 정도를 심었다. 주로 남부 지역에서 자라던 대나무가 중부 지방에서 살 수 있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3년이나 잘 자라던 나무들이 한파가 길었던 작년 겨울을 이기지 못하고 모두 죽고 말았다.

 

기후위기의 원인을 찾는 중에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다. 그동안 공장과 자동차 매연이 기후위기의 주범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가축이 배출하는 메탄가스가 더 큰 원인이라는 분석들을 보게 되었다. 또한, 바다로 흘러간 플라스틱 쓰레기만큼이나 조업으로 발생한 쓰레기, 그물과 스티로폼이 바다를 오염시키는 원인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해양오염은 바다만의 문제가 아니라 해양 생태계를 망가뜨려 해조류의 죽음으로 이어져 바다가 공기를 정화하는 능력을 잃게 만든다. 바다는 육지에 있는 식물들이 공기를 정화하는 것보다 더 많은 공기를 정화한다고 하니 바다를 지키는 일도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중요한 일이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학생들과 찾는 과정은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는 일에서 시작하였다. 일주일동안 내가 배출한 쓰레기를 모두 모아 분석하여 줄일 수 있는 쓰레기와 분리배출을 통해 재활용-재사용이 가능한 쓰레기로 분류하였다. 그런데 분리배출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특히 여러 가지 재료가 합쳐진 쓰레기는 분리배출이 너무 어려웠고, 재료의 분리가 가능한 쓰레기도 완벽하게 분리가 되지 않았다. 예를 들면 페트병에 붙어있는 비닐 라벨을 제거해도 본드가 남는 제품이 너무 많았다. 이렇게 본드가 남을 경우 화학처리를 해서 제거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게 되므로 대부분의 페트병은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이 문제를 더 깊이 조사하여 몇 가지 대안을 기업에 제안하였다. 백성초 학생들의 제안을 한 회사는 받아들여 비닐 라벨 대신 종이 라벨로 바꿨고 그 결과를 학교를 직접 방문하여 학생들에게 설명하였다. 동신초 학생들도 제안서를 작성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지금 소개한 내용보다 더 많은 수업을 학생들과 함께하였다. 식물을 심고 가꾸는 수업, 지역과 함께하기 위해 안성천 쓰레기 줍기 등. 올해 처음 환경 수업을 진행했기에 부족한 부분도 많이 있었지만 학생들이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느끼게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내년에는 더 잘 준비된 수업을 하고 싶다는 개인적 욕심은 당연한 것이고, 더 많은 교사들이 학생들과 환경 수업을 했으면 하는 욕심이 생겼다. 더 나아가 환경 수업을 한 개의 필수교과로 지정하는 정부나 지자체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교육은 세상을 바꾸는 가장 큰 무기다라는 마틴 루터킹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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