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선약수
상선약수
  • 시사안성
  • 승인 2021.09.0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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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호의 단상 그리고 시인 금은돌 – 42

 

억배 형은 원효를 많이 귀여워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 동네에서 20년 넘게 우리 가족과 억배 형네 가족과의 만남이 이어져왔습니다

물론 연복이 형네 가족과의 만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더 오랜 세월이 흘렀지요

삼성화장터납골당 싸움과 소각장반대 싸움에서 함께 했던 그 시절도 벌써 아련합니다

그만큼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그림책 작가인 형은 자신의 신간 그림책이 출간되면 어린이 원효에게 선물하며 물고기 문양의 싸인을 해주는 친절을 베풀었습니다

저는 형의 그림책을 밤만 되면 어린이 원효에게 읽어주었지요

원효는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을 특히 좋아했지요

형의 고마운 선물이 헛되이지 않도록 충실하게 읽어주는 것으로 대신한 셈입니다

 

억배 형은 원효를 많이 귀여워 했습니다

형의 그림책은 어린이 원효의 상상력을 많이 자극했지요

오늘 형의 작업장을 간만에 방문하여 최근 근황을 들었습니다

여전히 어른들에게도 웃음을 짓게 만드는 재미있는 그림책 작업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저 또한 또 다른 상상력을 자극받아 기분 좋은 하루였습니다

 

형의 그림책을 읽고 자란 어린이 원효는 이제 시인이 되었습니다

형이 주었던 사랑으로 성장한 어린이 원효가

이제 시인이 되어 책방에서 주말 아르바이트하며 틈틈이 시를 쓰고 있고

예술고 여학생 2명과 30대 여성 2명을 가르치고 있으며

그 중에 한 여학생은 작년 대산청소년문학상 시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합니다

 

이제 시인이 된 원효는 자신의 시집에 싸인을 하여 형의 작업장을 찾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동네 700년 느티나무 아래 두명의 예술가와 신나는 학교 몽실학교 학생들의 깔깔거리는 웃음 소리가 끊이질 않을 미래를 상상합니다

 

그게 700년 느티나무의 힘이고 마을의 힘이고 동네 어른들과 형 같은 예술가들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형이 준 사랑과 행복이 세대를 넘어 원효에게 전승되고 다시 원효로부터 꿈꾸는 후배 청소년들에게 물 흐르듯 이어져갈 겁니다

 

상선약수!

그게 우리가 발 딛고 선 대지 위 느티나무 아래 존엄한 삶이자 교육입니다!

 

조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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