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의 “친구”: 내 인생의 노래들
김민기의 “친구”: 내 인생의 노래들
  • 시사안성
  • 승인 2021.08.2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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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량교수의 노래하는 인문학 - 30

김민기의 <아침이슬>이 올해 50주년을 맞이했다. 그래서 나는 이번 여름 내내 <아침이슬>을 연주하며 노래했다. 그러다가 오랜 세월 저편에서 그의 노래 <친구>가 떠올랐다. 20대 초 몇 년 동안 내가 즐겨 연주하며 노래했던 곡이 김민기의 <친구>였다.

김민기는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한국의 음악가이다. 그는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했다. 삶과 사회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김민기의 노래는 오랜 세월 동안 내 음악과 삶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친구>는 김민기가 고등학생 때 만든 작품이다. 고교 시절 보이 스카우트 대원들과 함께 동해안에 여름 야영을 갔다가 후배 한 사람이 익사를 하는 사고가 났다. 선배였던 김민기는 그의 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서울로 돌아와야 했다. 돌아오던 야간열차에서 김민기는 당시의 심경을 이렇게 그려낸다.

 

<1>

검푸른 바닷가에 비가 내리면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이요

그 깊은 바다 속에 고요히 잠기면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었소

 

눈앞에 떠오는 친구의 모습

흩날리는 꽃잎 위에 어른거리오

저 멀리 들리는 친구의 음성

달리는 기차 바퀴가 대답하려나

 

유명을 달리한 후배를 생각하며 김민기는 사고가 난 바닷가의 하늘과 물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리고는 이어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었소라는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삶이란 무엇이고 죽음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고등학생이라고 해서 죽음을 모르겠는가? 우리는 모두 삶과 죽음이 한데 어우러진 신비로운 존재인 것을...

그런데 2절에서 김민기는 그가 꿈꾸는 진정한 삶을 그리면서 이렇게 노래한다.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모습들

그 모두 진정이라 우겨 말하면

어느 누구 하나가 홀로 일어나

아니라고 말할 사람 누가 있겠소

 

이 세상에 펼쳐지는 수많은 삶의 모습들이 과연 진실된 것인가? 김민기는 의문을 품는다. 그러면서 모두가 그 수많은 거짓들이 참된 것이라고 억지를 부린다면, 그건 아니라고 부정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우리를 향해 묻는다. 죽은 친구를 떠올리면서 1절에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담아냈다면, 2절에서는 거짓된 삶에 대항하여 우리가 진실한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며, 참된 삶의 자세를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누나가 선물해 준 기타
누나가 선물해 준 기타

내가 이 노래를 처음으로 무대에서 부른 것은 대학 3학년 봄 학교 축제 때였다. 40여 년 전의 일이지만,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무대 뒤에서 내 차례를 기다리며 기타를 연습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기타에서 쓰쓰쓰하는 소리가 나더니 아래줄받침(브릿지)하고 뜯어지면서 마치 대포를 쏘듯이 줄감개 쪽으로 튕겨나가는 게 아닌가? 그 다음이 바로 내 차례였는데, 무대에 나가기 직전에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옆에 있는 학우의 기타를 빌려서 노래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무대에서 연주하는 도중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땠을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그 기타는 넷째 누나가 나의 대학 입학 선물로 사준 특별한 기타였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그 기타는 이제 소중한 기념품이 되어 거실 벽에 걸려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오래된 기타, 누나의 사랑이 담긴 기타이다.

 

 

정경량(노래하는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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