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세 : 내 인생의 노래들
전하세 : 내 인생의 노래들
  • 시사안성
  • 승인 2021.07.28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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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량교수의 노래하는 인문학 - 29

30대 초반 독일 유학 시절에 만난 인생곡이 있다. <전하세 Pass it on>(쿠르트 카이저 작곡)라는 복음성가이다. <작은 불꽃 하나가>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는 이 곡을 나는 뮌헨한독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던 중 알게 되었다. 원래 영어 가사로 되어 있는 이 노래는 독일어로 번역이 되어 <돌 하나 물에 빠지면 Ins Wasser fällt ein Stein>이라는 제목으로 독일 찬송가집에 수록되어 있다.

이 곡은 오랜 세월 동안 내가 가장 애창하는 성가곡이다. 나는 독일어 노랫말 중 특히 1절 번안 가사에 커다란 감동을 받았다. 함께 감상해보자.

 

Ins Wasser fällt ein Stein

Ganz heimlich still und leise,

Und ist er noch so klein,

Er zieht doch weite Kreise.

Wo Gottes große Liebe

In einen Menschen fällt,

Da wirkt sie fort in Tat und Wort

Hinaus in unsre Welt.

 

아주 은밀하고 조용히

돌 하나 물에 빠지면,

그 돌 비록 작지만,

커다란 원을 그린다네.

하느님의 크신 사랑이

한 사람 안에 떨어지면,

그 사랑은 우리의 세상으로

퍼져나간다네, 말과 행동으로.

 

어린 시절 물가에서 여기저기 맑은 물속을 들여다보다가, 종종 돌을 주워 물속에 던지며 놀기도 했다. 그러기에 이 노랫말의 전반부는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려준다. 또한 어린 시절에 즐겨 불렀던 <퐁당퐁당>이라는 동요를 연상시킨다. 윤석중 작사의 노랫말은 이렇다: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 냇물에 퍼져라 널리 널리 퍼져라 / 건너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 /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여 주어라오랜만에 이 동요를 접하니, 이 노래를 즐겨 불렀던 정겨운 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

물속에 돌을 던지면 돌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풍덩하며 나는 소리가 제각기 다르다. 소리뿐만 아니라 물결이 수면위에 번지는 파문의 크기도 다르다. 돌이 만들어낸 물결 파장은 물리적인 법칙에 의해 아주 멀리까지 퍼져나간다는 과학적 사실, 이것은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야 알게 되었다.

그런데 어린 시절의 추억과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이 노랫말이 전하고자 하는 신앙적 진실은 바로 후반부에 담겨 있다. 어느 한 사람이 하느님의 큰 사랑을 깨닫게 되면, 하느님의 사랑은 다름 아닌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퍼져나간다는 것. 소박한 비유와 연상을 통해 이렇게 소중한 신앙적 핵심을 포착한 성가곡도 드물 것이다.

이 노래를 생각하면서 나는 강연에서 종종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가장 단순하게 말한다면, “말하고 행동하고 죽는 것이라고... 사실상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우리 인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우리의 삶이 아름다워지려면, 우리는 무엇보다도 지혜롭게 말하고 행동해야 하리라.

그러나 어쩌랴. 부족하고 어리석은 게 인생인 것을. 단순하게 보이지만 만만치 않은 이 삶의 지침 앞에서 나는 오늘도 우울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결심한 바가 있어, 내 지갑에 소지하고 다니는 좌우명 하나는 침묵과 묵언인 채...

 

정경량(노래하는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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