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내 인생의 노래들
“투데이”: 내 인생의 노래들
  • 봉원학 기자
  • 승인 2021.07.07 0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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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량교수의 노래하는 인문학 - 28

<애니의 노래>에 이어 내가 젊었을 때부터 좋아한 존 덴버의 노래는 <투데이 Today>(랜디 스파크스 작사, 작곡)이다. <애니의 노래>는 지금까지 꾸준히 불러온 반면, <투데이>는 마치 잊어버린 노래처럼 오래 동안 부르지 않은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가 한참 세월이 지난 후 나이가 들어 이 노래를 다시 불렀는데, 그때 나는 놀라게 되었다. 이 노래의 노랫말에 내가 59살 때 세웠던 나의 제2 좌우명 내용이 들어 있는 게 아닌가!

27살 때 나는 인생이란 즐거워야만 한다는 좌우명을 세웠다. 그리고는 32년이 지난 후 노래하고 웃으며 살자!”는 제2 좌우명을 세웠다. 첫 번째 좌우명과 더불어 내가 즐거운 인생을 살아왔다면, 내 즐거운 삶의 두 바퀴는 다름 아닌 노래와 웃음이었다는 것을 훗날 깨달았던 것이다.

우리가 만약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눌 수가 있다면, 어제, 오늘, 내일 중에 가장 중요한 시간은 언제일까? 강연에서 종종 이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늘이라고 대답한다. <투데이>는 바로 오늘이라는 시간의 소중한 의미를 일깨우는 노래이다.

<투데이> 노랫말의 화자는 어제의 영광으로 만족할 수 없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리라는 약속으로도 살 수 없다고 하면서, 오늘의 중요성을 이렇게 노래한다.

 

Today is my moment and now is my story.

I'll laugh and I'll cry and I'll sing.

오늘이 나의 순간이요 지금이 나의 이야기이다.

나는 웃고, 나는 울며, 나는 노래하련다.

 

바로 이 대목에서 화자는 웃고, 울며, 노래하리라고 한다. 눈물과 고통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굳이 운다는 얘기를 좌우명에 넣을 필요가 있겠는가. 그저 노래하고 웃으며 살면 그만인 것을...

오랜만에 이 노래를 부르면서 노랫말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투데이>라는 노래를 흡사 처음 부르는 것과 같은 놀라움을 느꼈다. “아니, 이 노래의 노랫말이 이런 내용이었단 말인가?” 젊었을 때는 이 노랫말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가, 세월이 한참 지나 나이가 든 후에야 비로소 이 노랫말이 가슴 깊이 와 닿았던 것이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소중한 인생을 만약 즐겁게 살지 못한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인생이 즐겁지 않다면, 그 사람은 인생의 소중한 숙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한 사람이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우선 즐거운 삶을 살아야만 한다.

만약 즐거운 인생을 살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우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을 뿐더러, 자기 이외의 그 어느 누구도 즐겁거나 행복하게 해주기 어려운 법이다. “인생을 도대체 그렇게 살아야만 하겠는가?” 젊었던 시절, 그 통찰의 순간에 내가 나에게 했던 꾸지람이었다.

노래하고 웃으며 살자!”는 나의 제2 좌우명이 나의 삶으로부터 우러나온 것인지, 아니면 젊었을 때 불렀던 <투데이>의 노랫말이 내 안에 잠재해 있다가 훗날 좌우명으로 떠오른 것인지는 모르겠다. <투데이> 노랫말과 관련된 놀라운 사연을 아내에게 털어놓자, “도가 튼 사람들은 서로 통하게 되어 있다고 아내는 웃으며 말했다.

오늘의 소중함을 노래한 <투데이>는 라틴어 격언 카르페 디엠과 일맥상통한다. “오늘을 붙잡아라는 뜻의 이 말은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송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과거가 어떠했고 미래가 어떨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아무튼 오늘, 이 시간의 행복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투데이>는 이렇게 노래한다.

 

오늘 꽃들이 아직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동안,

나는 너의 딸기를 맛보고, 너의 달콤한 와인을 마시리라.

수많은 내일들이 모두 사라져버릴지라도,

나는 오늘 나의 이 모든 즐거움을 잊지 않으리라.

 

 

정경량(노래하는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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